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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개밥상 |
| 손창기 |
아직도 못자리는
먼길 온 식구에겐 큰 자개밥상입니다
진흙 속에 발을 담근
크고 깊은 것들
작고 얕은 것들
수많은 발자국이 있고서야
행주로 말끔히 닦아놓은 듯 반질반질해집니다
모판에 씨 뿌리고
어머니 밥상 차리시고
대나무 활처럼 팽팽한 하아얀 보자기 덮습니다
길고 둥그렇게 모여
물 거울에 얼굴 묻고
노을 한 자락
여럿이 숟갈로 푸다보면, 금세 열댓 마지기로 넘기고
밟으면 밟을수록 절망도 짓이겨지는,
몰랑몰랑하고도 물컹한 발의 촉감이
날아가던 새도 부드럽게 품으로 불러들이고
못자리로 걸어간 백로白鷺 발자국, 선명하게 박힙니다
먼길을 바라봅니다
자개밥상엔 목이 긴 백로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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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슴도치의 무덤 |
| 이상민 - 서울 광장국교 4년 |
나는 집에서 기르는 고슴도치가 불쌍했다. 야생 동물이라
서 숲 속에서 살아가야 되는데......
고슴도치에게 계란을 까 주었다. 그런데 고슴도치는 안 먹
겠다는 표정이었다. 계란을 까 주면 상하고 또 상해서 어느
날은 안 까 주었다. 그런데 그 날 저녁에 고슴도치 집을 들여
다보니 고슴도치가 가엾게도 죽어 있었다.
다음날 나는 뒤뜰에 고슴도치를 묻어 주었다. 이 일은 내
탓인 것 같다. 며칠 있다가 병아리도 차례로 죽었다. 우리 집
은 공동 묘지처럼 썩은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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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이고 싶었다
조인철
나는 바다이고 싶었다.
짜쪼름한 바다 내음이
내 몸 구석 구석 닿아
씻어 줄수 있는 바다가
바람에 밀려 밀어 닥치는
하얀 거품을 안은 파도가
내가 가지는 모든 아픔을
함께 가지고 떠나고 싶어서
눈 감고 목까지 차오르는
깊이에 들어서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바다 속에 들어가서
울어 버리는...
바다 속에 내 몸을 맡기었는데
바다는 내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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