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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 |
| 유홍준 |
눈이 없는 사람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모르는 개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일찌감치 부모의 눈알을 후벼
먹은 후레자식들이 휘파람을 불며 모여들었다 제멋대로 각목들
이 쟁여져 있었다 훔쳐 온 자전거가 벌겋게 썩어 가고 있었다 개
만도 못한 자식들이 자전거 체인을 벗겨 흉기를 만들고 있었다
담배를 돌려 피우며 팔뚝을 지지고 있었다 비린내가 풍겼다 고기
는 팔고 비린내만 달고 온 어머니들, 돈에도 비린내가 난다 돈에
도 비린내가 나 빠지지 않는 사람 냄새에 진절머리를 쳤다 눈 없
는 아버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손목에 체인을 감아쥐고 무엇을
후려치고 싶은 시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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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
| 안희영 - 서울 송정국교 6년 |
우리 동네에는 가게가 셋이나 있어서 곤란하다. 무엇을
사 먹으러 가면 어느 가게로 가야 할지 몰랐다.
요즘에 날씨가 더워서 가게 주인들이 밖에 나와 있어
어느 가게로 가야 할지 생각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른 가게는 약간 떨어져 있어서 괜
찮은데 두 가게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우리 동네
사람들은 곤란하다.
공중 전화가 있는 가게는 공중 전화집이라고 하고 그
옆집 가게는 담배를 팔아서 담뱃집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루는 내가 용기를 내어 공중 전화집으로 가니까 담뱃
집에서 날 쏘아보는 것 같았다.
내 얼굴은 어느새 불이 활활 타는 것처럼 뜨거워지고
담뱃집 가게 아저씨가 미안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웠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엄마, 우리 가게가 하
나만 있는 동네로 이사 가요, 엄마." 하고 말했다.
"넌 그럼 희정이와 헤어질거니?"하고 엄마께서 말씀
하셨을 때 그것도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엄마가 "그럼 하루는 이 가게, 하루는 저 가게로
가지." 하셨다. 꼭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골고루 다니면
서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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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 을 쓴 유홍준 시인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문화재청장과는 다른사람으로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 반시"로 데뷔 하였고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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