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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 |
| 고재종 |
시방 그 마을의 비닐하우스마다에선
어쩌려고 딸기가 무르익고 있네
실내 자욱히 깔린 훈김과 열기 속.
아이들 주먹송이만한 알알이
으밀아밀 저희들끼리 소근대며
긴 이랑을 어디 끝까지 길 내고 있네
무쇠 등이라도 벗겨질 그 속에서
차마 윗통은 못 벗어부친 런닝 차림으로
딸기를 따는 아낙, 그녀의 유방이
산처럼 불끈거리는 걸 본 적이 있네
하면 사랑이거든 딸기빛으로 오시게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딸기송이로 오시게, 내 가슴 속
백만 세포의 박수갈채를 일으키며
암말 말고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
때로는 딸기 알알에, 울컥울컥
핏덩이를 쏟은 그 누구의 생이 튄 게
내 이글거리는 죄업일지라도
긴 딸기 이랑으로 저녁노을이 깔리면
단내 나는 네 숨결을 우지끈 안고
긴 이랑의 길 너머에까지 달리겠네
사랑이거든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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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순에 복숭 |
| 윤원숙 - 상주 청리국교 4학년 |
시간을 마치고 집에 갈 때나
올 때나 가순에 복숭 냄새가
난다.
나는 그거마 보면 춤이
넘어간다.
내가 아이들한테 캐 보니까
아이들이 가 보고 복숭아 익었다고
한다.
*가순에 : 과수원에
복숭 : 복상. 복숭아
그거마 : 그것만
춤 : 침
캐 보니까 : 말해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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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도시
ⓝⓐⓓⓘⓐ
나를 부르고 있다
따갑게 내 목덜미를 내려치는 도시의 태양속에 잊어버린 나를 부르고 있다
웃고 있다
넘어지고 조그맣게 흐느끼고 있는 내 초라함을 비웃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귓바퀴를 때린다
떨어진다
헛딛은 발끝이 나를 저 끝으로 몰고가는 아픔이 나를 떨어뜨렸다
손짓하고 있다
다른 세계에 당도한 나를 잡아당기는 저 손들이 내 살들위로 기어오르며 날 유혹하고 있다
흘러간다
태초의 흐름처럼 나를 지탱하는 힘들이 사라지면 핏빛 마법은 나를 끌고 강가에 버려버린다 나는 힘없이 떠내려 가고 있다
추락한다
또다른 한번의 무너짐이 나를 끝으로 몰고 갈 것인가
부서진다
둔탄한 소리를 발산하며 나는 또하나의 생을 마치고 있다 죽어가는 것
태어난다
내 온 몸가득히 풍겨오는 회색의 향기 뻣뻣하고 어색한 연기가 나를 살아가게 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란 원래부터 모순이였다 여기는 회색 태양빛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곳
나는 여기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삶의 가치를 모르며 뛰고 있다. 몸을 뉘이며 잠이 들때 [오늘의 행복으로써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라고 생각할수 있는 인간은 과연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들 중에 몇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까? 결국 우리를 종말로 데려갈 것은 바로 인간들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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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