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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전신주 |
| 유희수 |
밤이면 끔벅끔벅 노오란 등이 내걸리기도 해요. 그 은행나무 차마 베어 넘
어뜨릴 수 없어 가지에 전선이 지나가고 전화선이 지나가서 때도 없이 벨이
울려요. 나무는 이제 제법 말을 할 줄 알죠. 사람들은 인근 아파트에 종종 정
전이 되고 전화가 불통인 게 이 나무 때문이라고 하는데요,정말 그런가봐요.
비 오는 밤이면 은행나무는 이상하게 수군거리거든요.그 푸른 가슴 속에 켜
둔 노오란 심장에는 어둠보다도 하루살이와 붉은점박이나방이 먼저 몰려와
몸을 비비는데요, 이튿날이면 채소가게 오중이와 주단집 윤숙이의 앳된, 왜
있잖아요.은행똥뀐 내 난다고 목욕탕 골목으로 돌아가는 울퉁 고집에 불퉁
지팡이 그 박영감이요, 그 박영감의 손녀 윤숙이와 오중이의 앳된 사랑얘기
가 이튿날이면 노오란 속살 알몸으로 떨어졌는데요,마실가는 아줌마들 뒤꿈
치에 그 풋풋한 단내가 엉겨 마을에 소문이 자자한데요,또 어떻게 알았던지
윤숙이 엄마가 부아가 나서 달려와 흔들어버리는 참에 여물지도 못한 노오란
알전구들이 얼마나 떨어졌던지,은행나무 빈속처럼 오중이는 또 얼마나 눈부
신 그늘일까요. 그 눈부심 속으로 들어가 가만히 앉으면 스물 여섯 오중이의
배꼽 만한 옹이가 눈부심보다 더 아리게 새겨져 있는데요,상처 속으로만 아
물어 가는 오중이 마음은 은행나무처럼 아직 작기만 한데요, 그래도 밤이면
말없이 내거는 노오란 등으로 윤숙이는 또 하루살이처럼 붉은점박이나방처
럼 밀려와 하룻밤에 온몸이 불사를 것만 같은데요, 아직은 멀기만 해서 등피
속에는 펴보지 못한 편지처럼 붉은 장미꽃잎처럼 말라 가는 두 갈래 나래가
찬란한 무덤을 너울거리는데요, 슬플만큼 밤길은 또 환하기만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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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슬 |
| 백명원 - 안동 대성국교 5년 |
구슬치기 하다가
구슬을 잃었다.
내가 부모 잃은 고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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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김경중
시간 이란
우리의 일과를
나타낸다.
내가 이글을
쓰는 순간도
시간은 지나간다
내가 사랑했던
그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이세상어디에
흔적을 내노와도
언젠가는 없어지기
마련이다.
꽃이피어도 언젠가는
시들기 마련이고
사랑도 언젠간
끝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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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