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들깻잎을 묶으며 |
| 유홍준 |
추석날 오후, 어머니의 밭에서
동생네 식구들이랑 깻잎을 딴다
이것이 돈이라면 좋겠제 아우야 다발
또 다발 시퍼런 깻잎 묶으며 쓴웃음 날려보낸다
오늘은 철없는 어린것들이 밭고랑을 뛰어다니며
들깨 가지를 분질러도 야단치지 않으리라
가난에 찌들어 한숨깨나 짓던 아내도
바구니 가득 차 오르는 깻이파리처럼 부풀고
무슨 할말 그리 많은지
맞다맞어, 소쿠리처럼 찌그러진 입술로
아랫고랑 동서를 향해 거푸거푸 웃음을 날린다
말 안 해도 뻔한 너희네 생활,
저금통 같은 항아리에 이 깻잎을 담가
겨울이 오면 아우야
흰 쌀밥 위에 시퍼런 지폐를 척척 얹어 먹자 우리
들깨 냄새 짙은 어머니의 밭 위에 흰 구름 몇 덩이 머물다 가는 추석날
동생네 식구들이랑 어울려 한나절 푸른 지폐를 따고
돈다발 묶는, 이 얼마 만의 기쁨
|
|
|
 |
| 흑인의 아픔 -영화 '뿌리'를 보고 |
| 주혜라 - 거창 샛별국교 5년 |
백인들이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다. 나는 정말 백인들
이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
쿤타 킨테가 어른이 되어서 백인들에게 잡혀 갔다. 잡
혀 가고 나서 사람들이 찾을 때 그 사람의 아버지께서
"쿤타!"하고 소리를 지르실 때에는 진짜 내가 울음이 나
왔다. 꼭 우리 식구처럼 느껴졌다. 거기에는 환타도 잡혀
갔고 선생님도 잡혀 가셨다.
배에 실려서 갈 때, 흑인들을 배 위로 내놓고 그렇게 짠
바닷물을 몸에 부었다. 막 소리를 질렀다. 그 때는 내가
도리어 아픈 것 같았다.
흑인도 똑같은 사람인데 백인들이 물건 취급을 하였다.
백인들은 그렇게 잔인하다.
|
|
|
어제 낮에 동생 맹순이가 와서는 고춧가루를 주고 가대요
밤중에 뉴스 다 보고 누버잘라 카는데...
어디서 띵똥 ~ 하길래.. 이 밤중에 누군고?
-ㅎㅎㅎ 언니야, 내다. 배추하고 무우 갖꼬 왔다. 김장 하자꼬...
그래, 배추 생긴짐에 고마 하지뭐....
- 사실은 내일 부석사 갈라 캤는데 배추가 생겨갖꼬...언니 생각나서..
그래, 그라모 놀꺼 다 놀고 내일 오후에 온너라.
쪼매 후...다시 띵똥~
-언니야, 소쿠리 하고 고무 다리이도 없지 싶어갖꼬
고마 새로 사갖꼬 왔다 요걸로 써라...
배추 모잘라모 내일 올때 사오께..
번갯불에 콩 굽듯이..후다닥 김장을 하고나니
겨울채비 다 끝낸 듯 속이 시원한 것이..딱 좋으네요!!
|
|
| |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