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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숲길 지나서 |
| 차영호 |
비단길앞잡이 뒤쫓아 숲길을 오른다 물오른 동백들이 머릿결을 남해에
푹 적셔 단숨에 구강포를 그려낸다 숲길 버리고 보시 받아 널찍하게 뚫은
땡볕 신작로를 버젓이 자동차로 오르내리는 스님 네 실사구시實事求是, 쯧
쯧 아침저녁 찻잎을 가꾸러 만덕산을 넘나드는 바람이 혀를 찬다 나를 아스
팔트로 내몰고 자기들끼리만 시시덕거리며 숲길로 다닌다면 푸짐한 욕 바
가지로 퍼부을 테지만, 백련사白蓮寺 동백은 여전히 하늘 한 귀퉁이로만 활
활 타오르고 혀를 날름거리는 단청 틈새에서 꿀 한 방울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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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 심기 |
| 김봉연 - 경북 봉화 서벽국교 6년 |
지난 일요일 고추를 심었다. 형, 나. 어머니와 함께 고추를
심었다.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에서 고추를 심었다. 고추는
싱신한 것을 많이 가지고 갔다. 산비탈에 있는 조그마한 밭
이다. 이 밭은 원래 고모네 밭이었다.
이 밭은 우리가 반 하고 세원네가 반 하였다. 세원네 고추
는 잘 자라고 있는데 우리 것은 잘 자라지 않는다. 세원네 고
추를 뽑아 와서 우리 밭에 심었으면 싶었다. 이번에 가지고
온 고추는 싱싱한 것을 많이 가지고 와서, 우리 밭에 있는 고
추는 나중에 잘 자랄 것이다.
비닐을 깔 때 바람이 불어서 비닐이 훨훨 날릴 때도 있었
다. 나는 비닐을 깔아 놓고 모종삽으로 구멍을 뚫었다. 구멍
을 뚫어 놓고 고추를 넣어서 고추를 심었다. 엄마는 고추가
비닐에 닿으면 안 된다고 며칠 전에 가르쳐 주셨다. 물이 떨
어지면 물가에 가서 물을 길어 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낑낑거리면서 물을 길어 왔다. 물가에는 물이 조금 흐르고
있었다. 물을 질질 흘리면서 고추에 물을 주었다. 우리 집 고
추는 죽은 고추가 많이 있었다. 물을 줄 때는 허리가 많이 아
팠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를 폈다.
조그마한 골 두 골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조금 쉬고서 고
추를 심었다. 비닐을 깔 때 조그마한 막대에 찔려서 비닐이
찢어졌다. 우리는 먼저 비닐부터 깔았다. 조그마한 골에 비
닐을 깔아 놓았다. 우리는 빨리 심었다. 고추 심는 것은 너무
나 어렵고 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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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엄마가 전화해서
"야야, 인제 날 더워지모 고추에 벌레가 나올까 싶어
방앗간에 마카 가주가서 고추가루로 빻아 놨으니께
언제 느그 시댁에 오그던 가주고 가그라."
"엄마, 사실은 어제 시어머님 생신이라 대구 갔다 왔어."
"그래! 안그래도 나는 니가 이맘때 쯤 올때다 싶어
기다리고 있었더마는 그단새 왔다 갔뿌맀네.
아니, 그라마 전화라도 해 볼끼지 와 그냥 갔노?"
"전화해봐야 엄마 얼굴 볼 새도 없이 휘딱 올낀데 싶어 그냥 왔찌!"
"그래, 고마 됬따마는. 우짜든동 느그 시어무이 한테 잘 해라!"
"크흐흑~ 말라꼬! 엄마...내한테 제발 그소리 쫌 하지마~"
"그래도 남의 집에 시집간 여자가 그카마 안된다!"
어제는 날이 어찌나 덥던지 따땃하고 뜨뜻하고
어머님 생신이라꼬 먼 길 달려 외식 한다꼬 갔는데
지한테는 억쑤로 배고픈 하루였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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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