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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렸고 껌을 씹었다 |
| 채상우 |
비는 수직으로 내리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비는
항상 십오 도 때때로 사십오 도를 넘어 내리던 비는
무서운 비였다 박쥐우산이건 비닐우산이건 비를
막지 못했다 아랫도리는 흥건히 젖었고 그녀와 꽃눈물차를
마시던 다방은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애창했다 비는
가끔 사이렌 소리를 들려 주었고 그때쯤 하얀 나비는
퇴계로를 지나 명동성당 쪽으로 더듬이를 향했다 구호는
눈물이 되었고 눈물은 파랑주의보 속에서 굳건히
저를 지켜나가야 했다 서정이 아닌 서사로 오후 두 시가
아닌 역사로 그래서 보도블록은 비를 맞으며 수정이
되어갔다 그러나 내리던 비는 역시 우리를 비켜 내렸고
흘러야 할 곳은 정말이지 하수구가 아니었다 아스팔트
노랗고 하얀 손금이 가리키는 방향은 언제나 검은 늪
처녀들은 붉은 손수건을 흔들며 비를 피했고
사산의 추억을 노래하는 사내들은 껌을
씹었다 단물이 빠져도 씹을 수 있는 건
오로지 껌, 밖에 없었다
오래도록 껌 씹는 소리로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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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황 밭 매기 |
| 강은자 - 경북 안동 대성국교 3년 |
아침을 먹으니까 어머니께서 종판에 풀을 다 뽑고 지황
밭 매러 가면 돈 백 원을 준다고 하였다. 나는 아침을 먹고
나서 종판에 가서 풀을 뽑았다. 내가 풀을 뽑으니까 동생도
와서 뽑았다. 어머니께서 뜯지 말고 뽑아라고 하였다. 나는
풀을 뽑았다. 오빠는 풀을 뽑으면서, 너 둘이 뽑으면서 나보
다 더 조매 뽑았다고 하였다. 나는 뽑으면 되지 머 그랬다.
동생이 풀을 뽑다가 지렁이가 나왔다고 저짝에는 안 뽑는
다고 하였다. 나는 지렁이를 짝대기 가지고 와서 내버려라고
하였다. 동생은 짝대기를 가지고 와서 내버렸다. 동생은 풀
을 뽑았다. 한참 뽑다가 오빠는 황초집에 불을 넣는다고 하
였다.
나와 동생은 풀을 다 뽑고 놀았다. 어머니께서 풀을 다 뽑
았나 하셨다. 나는 다 뽑았다고 하였다. 나는 텔레비전을 보
며 놀았다. 나는 좀 놀다가 큰집에 가니까 안주도 담배를 엮
었다.
어머니가, 아기는 내 있는 데 놔 두고 오빠 있는데 쇠죽을
주라고 하였다. 나는 오빠 어디 있는데 하니까 어머니는 거
랑에 있다고 하였다.
내가 골목에 가니까 오빠가 아기를 업고 왔다. 나는, 오빠
야 얼라 내인테 주고 쇠죽 조라고 하였다. 나는 거랑에 가서
아기하고 놀다가 오니까 밥을 먹었다.
나는 밥을 먹고 나서 집에 가서 오빠인테 지황 밭 매러 가
자고 하였다. 텔레비전을 보니까 가자고 하였다. 어머니가
내려올 때 고추 따 오라고 하였다.
나는 지황 밭에 올라가 보니까 풀이 많았다. 오빠는 이걸
어얘 다 뽑노, 하며 우리 내려가 불래 하였다. 나는 한 골씩
뽑자고 하였다. 오빠 한 골, 내 한 골, 동생 한 골 뽑았다. 한
골 다 뽑고 동생인테 가서 뽑아 주고 또 한 골 뽑았다. 동생
은 몇 골인지 세어 보면서 여덟 골 남았다고 하였다. 나는 빨
리 뽑자고 하였다.
한참 뽑으니까 오빠는 조매 있다고 빨리 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두 골 남았는 거 동생하고 나하고 뽑았다. 그리고 고
추를 따고 내려왔다.
*조매 : 조금. 안주도 : 아직도
얼라 : 아기. 내인테 " 나한테
어얘 :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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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요. 제가 우리딸한테 자주 하는 말인데요... 남편감으로는 여자형제 그 중에서도 누이동생이 있는 남자들이 결혼생활에 쪼매라도 도움이 됩니다. 누이가 있고 딸을 키워 본 적이 있는 남자라면 여자란 얼마나 변덕스럽고 섬세한지 짐작 할 수 있거든요. 여자형제도 없고 딸을 키워 본 적도 없고 ...남자형제만 득시글 거리고 아들만 키워 본 남자 그 중에서도 어느 집안의 장남이라면...으 으윽 ~ .... 쪼까 거시기 허겄지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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