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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따개들 |
| 조말선 |
마개를 딸수록 고백이 성행한다 마개를 딸수록 창 밖이 환해진다 마개
를 따는 일은 적어도 침묵을 깨는 일 적어도 백년은 넘은 침묵 적어도 일
주일은 버티는 침묵들이 즐겁게 폭발하는 일 마개를 따자마자 침묵은 침
묵에서 벗어난다 마개를 따자마자 침묵은 침묵들과 오염된다 마개들이 점
점 늘어난다 오염된 침묵들이 점점 늘어난다 늘어나는 식솔들 늘어나는
고아들 마개들 속에 병따개가 묻힌다 엎질러진 고백속에 병따개가 갇힌다
누가 내 마개를 땄나? 병따개는 마개를 따자마자 마개를 던져버린다 병따
개는 마개를 따자마자 마개를 못 본 체 한다 마개를 딸수록 거짓말이 탄로
난다 마개를 딸수록 창 밖이 캄캄해진다 냉장고에 병따개들이 따개비처럼
붙어 있다 적어도 천 년은 넘은 침묵을 기다리는 병따개들 적어도 침묵다
운 침묵을 포기하지 않은 병따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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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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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조그만 물 웅덩이에
파랗고 빨갛고 노랗고
색색의 무지개
나무 작대기를 가지고
무지개에 대면
작대기에 무지개가 묻는다.
1968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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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따개를 따 듯
내 입을 좌악 열고
속절없이 넣어 두었던 침묵들을 꾸역꾸역 토해 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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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