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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비에 대하여 |
| 송한범 |
문득 사람의 얼굴도 버리고
문득 사람의 마음도 버리고
문득 살며 쌓아온 모든 것 긴긴 사슬도 버리고,
내가 민둥산 되어
이 나라의 온갖 추위 또는 온갖 설움
다 껴안아 홀로 불 밝히고 싶을 땐,
문득, 때아닌 장마비
갈 길은 멀고 어김없이 날은 저무는데
늘 독약같은 하루여
변방으로만 쫒겨다니는
부르튼 발길이여
시퍼런 능구렁이 울음만 밤새워 부질없이
죄의 그림자를 토해내고,
누군가의 핏자욱을 따라가고 있는데
산지사방으로 깨진 농약병들
그 사이로 비닐꽃 숨어서 무성하게 피어나고 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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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리 |
| 권상출 - 안동 대곡분교 3년 |
거울에
얼굴을 보니
동굴동굴하다.
얼굴보다 머리는
더 나쁘다.
언젠가 상욱이한테
내 머리가 어떻노, 하니
석호 머리 같다, 한다
그래 석호 머리를 보니
울퉁불퉁한 게
모개 자리 같다.
그래서 나는
아무 사람이라도 만나면
가만히 살금살금 숨어서 간다.
1969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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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니
내 머리꼴 부시시 하기가 화테벙거지 같다
나는 화테벙거지가 뭔지도 모르지만
울엄마 말쌈이 그 옛날 화적떼 우르르 몰려 올 때
모두들 그 머리꼴을 하고 왔다고 하니
그리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 나는 아무사람이라도 만날께비 밖에는 못 나간다.
벌써 구월인데 비는 왜이리 자꾸 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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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