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죄 씻는 소리

황도제

가늘게
가랑비
죄 씻는 소리

바람은
죄 알리는 소리

두려워 떨면
흔들리는 풀잎
죄 일깨우는 소리

울면서
무릎을 꿇는다

가만가만
볼을 적시는 눈물
죄 꾸짖는 소리

오래 오래
속죄의 가슴

가만히
오는 눈
죄 덮는 소리

이명수 - 부산 대양중 2년 까치 분단

8월 2일 어머니의 잘못된 생각

저녁에 공부를 하고 있으니 3학년 형님이 나를 불렀다.
대문 밖에 나가 보니 3학년 형님이 "신데렐라 문방구 아
저씨가 오셨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와 보라는 것이었다.
신데렐라 문방구 아저씨와는 잘 아는 사이였다. 국민학
교 때부터 그 아저씨 문방구를 직접 보아 주고 해서 잘
아는 아저씨였다. 그러나 국민학교 6학년 때 이사를 가셨
다. 개금으로 이사를 가셨다. 그래서 우리들이 가끔 가 보
곤 한다. 물론 아저씨도 우리 청학동에 아저씨 어머니가
사시기 때문에 가끔 오신다.
그래서 나는 나가 보려고 했는데 마침 집이 비었다. 어
머니께서는 시장에 가신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라
고 했다. 조금 공부하고 어머니가 오셨다. 어머니에게 친
구 집에 갔다가 온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왔다. 어머니는
그 아저씨를 좀 싫어하는 편이다.
가 보니 아저씨가 계셨다. 반가웠다. 아저씨는 아이스
크림통 제조기를 고치고 계셨다. 나는 아저씨 일을 돕다
가 집으로 왔다.
어머니께서는 "무엇 때문에 오라더노?"하셨다. 나는
엉겁결에 친구에게 숙제를 알려 주러 갔다 왔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화를 내셨다. "친구가 오라고 하지. 그까짓 숙
제 가지고 갔다 왔냐? 요즘 세상은 약게 안 살면 안 된
다."하며 성을 내셨다.
엉겁결에 한 거짓말이었지만 기분이 안 좋았다. 서로
돕고 서로 열심히 일하면 되는 것을 자기는 편하다고 편
한 대로만 하니, 이 세상이 우리 어머니를 버렸다. 이 세
상은 정말로 구조가 잘되어 있지 않다. 언제 서로 돕고 서
로서로 협동하면서 살아갈지.....

어제 저녁 노가다 일을 너무 해서 골병이 들었다고
나혼자 생각 되었기 때문에 남편이야 출근하건 말건
오늘 아침은 실컷 잔다꼬 맘 먹고 자고 있는데 띠리링 전화가 왔다.
"설비에서 욕실공사 왔는대요. 여그 문이 안 열렸네요"
"예에~ 금방 내려 갈게요"
자다말고 일어나 황당해서 거울을 보니
어젯밤 감고 잔 머리가 하늘로 치솟아 꼬라지가 희얀하지만
그래도 아저씨들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세수도 못하고
열쇠만 들고 내려갔다. 한 아저씨는 곰팡이 퍼진 실리콘을 벗겨내고
한아저씨는 욕실천정 누수를 보러 갔다.
"이거는 윗집 방수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긴데요. 욕조 들어내고
공사 할라카마 돈백만원은 들어야 될낍니다."
물은 윗집에서 새는데 윗집 아줌마 보는 일이 왜이리 미안한지..
"우리 아저씨 한테 말해봐야 됩니더." 윗집 아주머니는 올라가고
설비 아저씨는 일 마치고 가시면서
"싸모님, 점심 묵고 실리콘 기술자가 와서 실리콘을 할낍니다.
그쌔끼 오늘은 올라나~"
동그란 바가지 머리가 인상적인 연세가 지긋한 설비아저씨는
그냥 아줌마라꼬 불러 달라는 내한테 자꾸만 "싸모님"이라꼬 불러서
나를 난처하게 만드신다. 벌써 몇번째 약속을 어긴 실리콘 기술자.
잠시 후 설비 아저씨 퇴장.
윗집 아줌마가 부른 새로운 설비아저씨 등장.
다시 욕실로 가서 천정 이쪽저쪽을 살펴 보면서.
"아줌마, 이 정도믄 고마 기양 참고 쪼매 살아 보이소
물이 많이 새모 그때 공사를 하도록 하고 일단은 두고 보입시더!
그란데 욕조에 실리콘은 와 하나도 안하고 이캅니꺼?"
"그러게나요.실리콘 기술자를 못 만나서 안즉 그카고 있답니당~"
"아줌마 그라모 지가 금방 쏴 드릴게요. 그란데 실리콘 쏘는 총이
있어야 되는데요..." 엄마야~ 이런 횡재가 어딨노...
나는 경비 아저씨에게 우산을 빌려 갖꼬 관리실로 뛰어가서
실리콘 총을 빌려서 아저씨한테 주니까 아저씨는
"지는 아저씨가 아이고 안즉 총각 입니더~ 이거 실리콘은요.
총구 조절 하는기 기술 입니더." 어멋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점심 묵꼬 그 약속 어기는 기술자가 오마 우예 되노?
나는 허겁지겁 남편한테 전화해서 머리 동그랗게 깎은 설비아저씨
전화번호를 물어 보니까 "와아~ 뭣이 우째 되었는데 야단이고?"
그래서 우쩌고 저짜고...그 총각이 해준다캐서 ...얼떨결에...
"이사람아. 무신 일을 그래하노!"
"아. 그래두 기술자 만난김에 해야지..내가 해달라고는 안그랬는데..
그냥 그렇게 되었뿌렀어..."
"그라모 니가 머리 동그랗게 깎은 설비아저씨 한테 직접 전화해가
자초지종을 설명해라!"
급하다 급해...밥묵고 출발 하기전에 얼른 해야징~
아저씨 근데요...윗집 아줌마 불렀는 욕실아저씨가요...!@#$^&&
총각은 바쁘다면서도 일을 다 마치고 안녕히 계시란다.
내 주머니에는 돈 한푼도 없고..그냥 보내기는 고맙고 미안하고,,
헐레벌떡 경비아저씨에게 "아저씨. 빨리요..얼른 만원만 꿔주세요!"
"만원요? 내는 지금 사천원 밖에 없습니다."
"그럼 그거라도 주세요" 밖에는 비가 줄줄 내리고
경비아저씨는 서랍을 뒤져 만원을 찾아내서 건내 주시고
총각은 좀 낡은 트럭에 앉아 부릉 부르릉 시동을 건다
나는 빗 속을 뚫고 총알처럼 달려가서 음료수라도 사 마시라고
만원 한장을 건내 주고 기술자는 2474 번호판이 달린 차를 몰고 가고.
나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암튼간에 황당하게
모든것이 졸지간에 잘 해결 되었다 말하고는 경비아저씨한테 만원을 갖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 오니 뱃 속에서 꼬르륵 꼬르륵 합창 소리가 들린다.

오늘 메일링은 장편소설이네요 ^^
비오는 오후 한번 웃으시라고...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