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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광옹기 1 - 노예 1 |
| 서 림 |
박노인 잔소리는
줄어든 계곡 물소리거나
계곡 물소리에 바람소리에 섞여드는
오후 늘어진 참새소리만하다
이 진광고을 옹기는
노인의 잔소리가 배어들지 않으면
색깔을 내지 않는다
노인은 산 속의 푸른 빛에 녹아들어가
언젠가 자신도 푸른 빛으로 떠돌 거라고 생각한다
노인은 점점 계곡 물소리나 새소리처럼
투명해간다
진광옹기에 들어올 때, 노인은
기름기 다 빠져나간
뚝배기 하나 달랑 들고 왔다
하동에선가 청년시절에 구운 것,
갓 시집온 아내에게 반지 대신 선물한 것,
아내가 죽고 여태 그것만 간직해왔다
더위에 숨찬 노인은
팔리지 않는 옹기만 통해 세상을 볼 줄 안다
손마디에 기름기 빠져나갈수록
투명한 뚝배기에서
담초록빛 떡갈나무 새순 같은
아내의 볼이 만져진다
양재동 빌라,
넥타이 맨 채, 증권회사 전무
옹기들 늘여놓고
플라스틱 몽둥이로
두들겨 깨고 있다
정신과 의사 조언에 따라,
석기시대 타제석기 든
투사의 피가
용솟음침을 느끼며
노인의 큰 일 중 하나는
쓸 만한 옹기보다
못 쓸 것들을 골라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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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 탕 |
| 이동영 - 인천 남부 4년 |
저녁에 어머니께서 고구마로 맛탕을 만드셨다. 고구마 익
는 냄새가 났다.
나는 맛탕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런데, 설탕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군침을 꿀꺽
꿀꺽 삼켰다.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었다.
나는 맛탕을 먹을 때 너무 빨리 먹어서 이빨 사이에 엿이 끼었다.
난 이쑤시개로 빼도 빠지질 않았다.
화가 나서 이빨을 잡아 뜯고 싶었다.
내가 자꾸자꾸 먹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까 그 엿이 빠졌다.
갑갑하던 이가 시원하였다.
누나와 엄마와 내가, 맛탕을 자꾸자꾸 먹으니까 점점 없
어졌다. 아쉬웠다.
맛탕을 다 먹고 나서 물도 많이 먹었다. 밥도 국에 말아 먹었다.
나는 맛탕을 계속해서 먹고 싶었다.
어머니께서 토요일날 또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다.
토요일이 빨리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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