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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태리 點景 - 현산에게 |
| 김명인 |
그대 마음 처마에도 닿아 출렁거릴 물푸름. 가없이 뻗어나가는
이곳 동네 이름 소태리라는 곳이다
나는 지금 둘로 나뉘었다가 하나이기도 하는 건너편
곶을 당겨놓고
방파제 안쪽 주점에 앉아 있다, 소태리
파도 비듬이 망사 옷깃에 슬리듯 수수바람머리로 붐빌 때.
하루치의 굴곡, 돌아보는 생애의 파란, 온몸을 던져
심연 속으로 자맥질하는 몇 마리 청둥오리,
축항 쪽으로 밀려나가다 이내 곰방대는 고깃배도 몇 척
시야에 섞인다, 네가 멈춘
풍경은 이 지점일까, 나는, 끊어진 네 생각들을
이 물길로 이어보지만 일몰 전의 광휘가 수만 물거울로
반사시켜 흩어버린다
나 한때 길 끝 진리로 헤매면서 네게도 세상 끝까지
소금으로 흘러가라 했던가, 여기서 보면 소태리
햇빛들 구리판을 두들겨 펴는 듯 수평선 쪽이 더욱 두근대지만
하루치의 허락 너무 짧아 바다의 길도 이내 지워진다
消盡이 내 길이라면 나는 모든 길 끝이
어둠 속으로 놓여나려고 뿔뿔이 저를 거두어가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다시 태어난들
저 바다를 완성시키려고 일몰 속에
지금처럼 이 의자에 앉아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 풍경이 너의 풍경이고 나는 다만 내 앞에
저무는 바다가 있어 그것을 마주하고 있다
끊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소태리 어둠이
모든 시야를 점령하러 오기 전
마지막 경계가 새어나가면서 먼 곳이 한결 뚜렷해진다
남은 노을이 나를 당겨 외로움 불거지지만
나는 애써 외로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어졌다
點景 : 점경
消盡 : 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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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이 터지는 교실 |
| 양유정 - 전북 임실 용운분교 6년 |
3월 22일
오늘 너무 웃었다. 사회 시간인데 우리는 계속 공부하
고 1학년들은 놀고 있었고, 그런데 1학년 현광이가 1학년
미경이한테 "여보!"하는 바람에 우리는 웃었다. 선생님
께서 현광이에게 "현광아. 여보라는 말은 아빠가 엄마한
테 하는 소리야. 너는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이렇게 말씀
하셨다. 잠자코 있던 미경이가 "어리니까 그런 소리 안 허
는 거여."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또 웃었다. 오늘 우리 교
실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4월 1일
점심때였다. 손님이 올지 까치가 울었다. 한 시쯤 전주
에서 오빠가 왔다. 나는 오빠한테, 밭에 엄마한테 갔다 오
라고 했는데 오빠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부자나
됐는 듯 껌을 많이 사 와서 동네 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오빠의 그 마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돈을 마구 쓰면서
돈만 가져가려고 했다. 밭에서 아빠가 오셔서 오빠를 꾸
중하셨다.
4월 4일
오늘 국어 시간이다. 선생님께서 숙제 낸 '솔바람' 시를
민환이부터 외워 보라고 하셨다. 미숙이 차례가 끝나자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떨렸다. 그러나 무사히 외웠다.
여학생들은 떠듬거리면서라도 다 외웠는데 남학생들은
모두 외우지 못했다. 선생님께서 화가 나셨다. 남학생들
은 기합을 주었다. 내가 기합을 받는 남학생 얼굴을 바라
보았다. 그런데 모두 괴로운 표정이었다. 안쓰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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