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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로 듣는 눈 |
| 문성해 |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떨어진다
그것은 눈송이 하나가 내게 하고 싶은 말
길바닥에 하고 싶은 말들이 흥건하다
행인 하나 쿵, 하고 미끄러진다
일어선 그가 다시 귀기울이는 자세로 걸어간다
소나무 위에 얹혀 있던 커다란 말씀 하나가
철퍼덕, 길바닥에 떨어진다
뒤돌아보는 개의 눈빛이
무언가 읽었다는 듯 한참 깊어 있다
개털 위에도 나무에도 지붕에도 하얀 이야기들이 쌓여 있다
까만 머리통의 사람들만 그것을 털어내느라 분주하다
길바닥에 흥건하게 버려진 말들이
시커멓게 뭉개져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그것이 다시 오기까지 우리는 얼마를 더 그리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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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 차기 |
| 박진영 - 경북 영천국교 4년 |
동철이, 철우와 제기 차기를 했다. 동철이는 북한 놈들이
행진할 때처럼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제기를 찼다. 손은 모
두 하늘로 향하였다. 철우는 보통 차는 것처럼 차기는 했지
만 왼손은 하늘로 향하였고, 오른손은 땅으로 향하였다. 궁
디는 여자들 걸음 걸어갈 때처럼 빼딱빼딱 움직이며 제기를
차는 것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하여 내가 제기
를 더 많이 찰 것 같았다. 나는 동철이와 철우에게 제기를
조금 못 차라고 속으로
'전마들, 제기 차는 게 아이고 빙시 같다.'
하면서 박자를 맞추어 가면서 속으로 세었다. 동철이는 11
번을 찼다. 그러나 나는 9번밖에 차지 못했다. 철우가 내보
다 더 많이 차서
"임마, 죽어라! 임마 어발아."
속으로 생각할 뿐 싸움은 지기 때문에 진짜는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대 줄 차례가 되자
'이만큼 잘하는 아하고 맥지로 하자 캐가꼬."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 머리를 조금 때렸다. 대 먹을 때는
재미있어도 대 줄 때는
"니 인자 죽어라."
"나는 끝까지 대 먹는다, 임마."
이칼 만큼 짜증이 나고, 재미가 없었다.
나는 누나가 부르기를 기다렸다. 누나는 안 오고 아이들
은 "임마, 빨리 대도."
이카는 소리에 화가 나서, 오줌 누러 간다는 핑계로 방에
몰래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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