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김지향

소나기 온 밤 집 없는 도둑고양이, 어둔 헛간에서 내 신경을 긁어댔
다 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깜깜한 어둠 속을 잠입했다 순간, 차량
의 전조등 같은 사파이어가 잽싸게 내 눈에 발을 넣었다 나를 신어 볼
눈치였다. 나도 잽싸게 인터넷 사이트를 열었다 고양이 눈동자가 왜
사파이어인지 인터넷 만물박사에게 물어 볼 참이었다 만물박사를 깨
우는 사이 사파이어는 한바탕 잠든 공기를 뒤흔들어 놓고 뒷구멍으로
내뺐다

창 밖엔 소나기에 섞여 번개가 몇 차례 창문에 불똥을 갈겼다 어둠
에 잠겨 있던 나는 문득 고양이가 가엾어졌다(번개에 명중되었을지
도 모를 집 없는 도둑고양이!)요며칠 툭, 부러뜨려 놓았던 여린 감정
이 마음 한 구석에 조금씩 고물거리기 시작했다 이 여린 감정이 일어
나게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나는 인터넷 속에서 '마
음'의 소재지를 찾아보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부에 누워 있는 내
장 속속들이 잎사귀를 들춰보며 조직 검사를 하듯 사이트와 사이트를
한 잎 한 잎 열어제쳤다(처음에 '마음'은 무엇이 어떻게 짜깁기되었
을까?).

창 밖은 벌써 뿌연 새벽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번개가 창문에 꽃불
을 질렀다. 언뜻언뜻 눈을 껌벅이는 벽걸이가 나체를 드러내고 나를
놓아준 어둠이 창 밖으로 발을 옮기는, 하늘엔 간간이 꼬리뿐인 전기
코드가 빗금을 긋고 간다. 바로 그때 잃어버린 고양이가 야-옹, 자
기의 건재함을 알려 왔다 아, 그렇군! 잃어버린 생각을 돌려준 고양
이, 우레 속에 야영한 그가 반가웠다 이 반갑다는 '마음'이 또 어디에
감춰져 있을까. 생각 속에 있을까. 생각은 늘 잡동사니로 가득한 머릿
속에 있지만

청국장 냄새

김용주 - 거창 샛별국교 6년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여니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
다. 난 코를 막고 온갖 인상을 쓰며 화장실 쪽으로 가려다
주방을 보니 아빠께서 밥에 이상한 것을 섞어 드시는 거였
다. 난 냄새를 풍기는 게 그것일 줄 대강 짐작하고
"아빠. 그게 뭔데요?"
하며 짜증을 내니
"응, 청국장. 이거만 있으면 반찬 걱정 없다."
하셨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색깔도 냄새도 다 이상한데.
나중에 방에 들어와서 선생님이 어제 나누어 주신 알로
에 광고집 같은 걸 펼쳐 들었다. '바르게 먹는 공부가 되어
있지 않아서 생긴 탈'을 읽었다. 그러고는 '나는 오늘 뭘
먹었지?"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얼굴이 점점 화끈거려
짐을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으려다 나는 그냥 방으로 들어
왔다. 완전히 채소밭이었다. 그래서 아침은 굶고 점심은
라면, 간식으로는 아이스크림과 쿠키를 먹었다.
행실이 나도 못됐구나! 반찬을 가려 먹고, 저번엔 아무
거나 잘 먹었는데, 요즘엔 가리는 편이다. 그러고 다시 생
각해 보니 청국장 냄새가 오히려 구수한 냄새 같았다.
오늘 이 청국장이 내게 좋은 선생님 노릇을 한 것 같다.
앞으론 뭐든지 잘 먹고 항상 웃으며 지내야겠다. 뱀, 개구
리, 곰 쓸개가 몸에 좋다지만, 역시 우리 나라 사람에겐
밭에서 금방 따 온 상추, 고추가 최고다.

비 내리면 쪼매 덜 더우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비오는 것도 싫고 날씨 더운 것도 싫고 ... 이틀동안 뭐 하면서 보내셨는지요.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봤지요. 장마에 어울리는. 주인공이 가꾼 어여쁜 마당이 맘에 드는 영화였답니다. 남편은 옆에서 포동포동 갓 삶은 옥수수를 먹으며 또 다시 영화보기에 열중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