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그렇게 웃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허수경

그렇게 웃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낯선 이들이 이곳으로 들어와서 퍼런 큰 새를 타고 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폭탄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다, 나귀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검은 기름이 솟아났다, 검은 기름 속에서는 아주 오래 전에 사라진 사람들이 끈적거리면서 나타나 오래 전에 헐린 집에 대해서 물었다, 그때마다, 그 강변에 꽃이 피었다, 붉거나 흰 꽃들이었다, 바람이 불면 꽃은 지고 꽃 진 자리에서 열매가 돋아났다, 돋아난 열매는 우는 여자의 눈동자 모양을 하고 있다, 열매를 먹으면 갑자기 마음속에 쟁여둔 슬픔으로 가는 마음이 사라졌다, 자지러지게 웃고 싶어서 강변으로 나가서 그렇게 웃었다, 아이들의 주머니 속에 든 폭탄이 터져 아이들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웃는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우는 여자의 눈동자 같은 열매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

정신숙 - 강원 사북국교 6년

1983년 3월 30일
나는 체육 시간마다 체육도 못하고 다른 아이들이 운동
하는 것만 보고 있다. 그래서 운동장 체육은 내키지 않는
다. 나는 달리기는 잘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운동은 문제
없이 해낼수 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왜 나를 끼여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체육 선생님께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어
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체육 시간만 되면 내
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이런 생각
하면 콧등이 찡하다. 나는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분하고 억울하다. 체육 선생님께 나도 체육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4월 7일
점심 시간이 끝나기 전에 6학년들이 모여서 나무를 심
으러 갔다. 날씨도 무척 더웠기 때문에 다리도 아팠고 굉
장히 지루했다. 그렇지만 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
각에 무척 기뻤다.
나무를 심었다. 무척 정성 들여 심었다. 실과책에 나온
것과 같이 구덩이는 나무의 뿌리보다 더 깊고 넓게 팠고,
겉흙을 속에 묻고 안흙을 겉에 묻었다. 다 심고 나서 하느
님께, 이 나무가 잘 자라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목이
되게 많이 보살펴 달라고 했다.

4월 11일
이제부터는 나도 바깥 체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체육
선생님이 허락하셨다. 그 동안 오빠와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었다. 나도 바깥 체육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체육이 든
날이면 일부러 바지를 입고 갔다. 이제 그런 거짓말을 하
지 않아도 된다. 체육을 하면 어디에 설지 모르겠다. 그러
나 그것은 나중 일이다. 아무튼 기분이 매우 좋다. 하늘을
금방 날아오를 것 같다. 지금도 어쩔 줄 모르겠다.

타나토노트
울프걸

질질 끌던 책을 어제야 마무리를 했다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무엇을 손에쥐면 끝장을 봐야했던 일이 까마득하다
이래저래 핑계로 읽다가 말다가 그렇게 1년을 넘게 삐대면서 놔두었던걸
얼마전에 다시 붙들고 씨름을 하였다

죽음에 대해서
누구나 알고싶어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이렇듯 명확하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러가지 신화와 성서를 배경으로 그럴싸하게 진실처럼 죽은뒤의 사후세계를 파헤친
결국 죽음은 알려고 하는 호기심만을 가져야할뿐 알아서도 알려서도 안된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지만
어쩜 그의 말대로 우리가 현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사후세계를 몸소 다녀왔을지도 모르겠다...

개미를 처음으로 베르베르를 알게되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그 하찮게만 생각하던 개미를 위대한 전사로 만들어버린 책
개미 이후에 어쩌다 눈에 띄는 개미라도 볼라치면 뜬금없이 말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 책
페르몬이라는 생소한 말을 나만의 향기로 해석해버리게 만든 책...

그의 상상력이 주는 세계는 흥미를 넘어선다
누구나 다 알지만 누구도 다 알지못하는 세상에 대한 그의 생각들...

작가는 모름지기 지식이 풍부해야 하지만
그에 걸맞은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그를 만나면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는게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다

복받은 사람...
매번 그렇고 그런 사랑타령이나 떠벌리는 많은 거들먹 거리는 작가들 중에
그가 유독 빛이나는건 늘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늘 깨달을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로 하여금 한번쯤 생각하게끔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육체를 벗어난 영혼은 자유롭다

나를 기다리게 하는 그 무엇...
어쩜 그건 전생의 나의 업이리라...

지금 나는
뻣뻣한 육신으로만 무장해 있을뿐...
내 영혼은 타나토노트가 되었다...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