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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식이의 꿈 |
| 김종인 |
바람이 없는 날도 파도는 치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는
파도는 자도 바람이 불고
끝없는 목마름 달뜬 몸짓
아버진 바다를 나간 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며
겨울에도 물질을 하시는 어머니의 소중한 꿈
나는 교과서를 버렸다.
일당 이천 원에 배를 타면
가슴팍 안 가득 꿈틀대는 고기를 모아
그물 가득 부풀어도 건져올리면
한 줌 동해 바람
그리운 교실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양미리 챙기는 정갈한 손질도 서툰
긴긴 밤 내내 나는 만선의 꿈을 꾼다.
어둡고나,
긴 젊음의 굴을 지나가는 야행 열차의 소음
내일은 또 바다로 나갈 것이다.
바람이 없는 날도 파도는 치고
파도는 자도 바람은 불어도
아버지 바다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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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도 녹이 쓰는가 |
| 김종인 |
갈대꽃이 바람에 나부낀다
억새밭에 눈부시게 떨어지는 가을 햇살
구름은 길고 긴 강을 이루어 흐르면
겉 푸른 겨울강 허연 이빨을 드러내는 모래톱
누군들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았으리
준엄하게 꾸짖는 겨울 칼바람을 나목은 맨살로 견딘다
양파밭에 내리는 흰 서리
양파는 얼면서 얼면서 마음을 다지고 한 겹 한 겹
안으로 키우는 하이얀 내심
사는 게 이게 아닌데 하는 사이에 봄은 오고
봄은 기어이 오고, 황사 바람 속에서
진달래가 피고 사월이 와서야 후회할 것인가
강철도 늘 단련하지 않으면 녹이 슨다
강철같은 근육도 모르는 사이에 풀어지고
강철같은 정신도 녹이 슨다
낙엽을 밟으며 감상에 젖을 때,
억새밭을 거닐며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
만화방창, 춘삼호월시절에 취할 때,
강철도 녹이 슬면 낙엽처럼 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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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시인의 오래 된 시 두편 입니다
12월 6일 금요일 오후 여섯시부터 일요일까지
김천 문화원 3층 전시실에서 김종인 시인을 비롯 몇몇님들의
시화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김종인님의 시를 더 읽으시려면
오즈홈 "나의 작품집"에 가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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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