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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뉴세문경* |
| 김영수 |
백리향 내리는 언덕을 지나
처녀는 강물에 머리를 푼다
햇살이 수면을 걸어
머리칼을 한 올 한 올 헤다 물 속에 잠긴다
처녀의 환한 얼굴에
물길 같은 세월이 맴돈다
흐트러진 수면을 어디서 뚝 떼어왔는지
아비가 한나절을 닦아
토벽에 걸어놓은 잔무늬거울
다뉴세문경 앞에 처녀가 선다
얼굴 위로 무수한 강물이 흐르고
아흐 아흐 백리향에 취해 물길은 비틀거리고
저 숲 모퉁이로 사라지는 강 위에
하얗게 부시던 햇살이 선다
처녀는 거울 속 제 모습에 언제나 붙잡히고
거울은 그녀를 타고 흐르는 세월을 본다
싸리꽃이 수없이 왔다 가고
처녀가 모르는 처녀들이 태어나
그녀를 먼 조상이라 부르도록
거울은 늙음을 비추지 않는다
시치미 뚝 떼고 한 세상
늙음을 숨기고 있다
*다뉴세문경 : 국보 제 141호로서 청동기 시대 거울이다. 잔무늬거울
이라고도 한다. 거울을 잡아 맬 때 쓰는 구멍인 뉴가 뒷면에 2~3개 있다고 해서
다뉴세문경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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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
| 이숙자 - 안동 대곡분교 3년 |
눈이 많이 왔네.
어얘서 눈이 이크러 내렸노?
하늘이 퍼져서 왔는 것 같아도
하늘은 그대로 있다.
196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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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세문경. 다 뉴 세 문 경 ...이라고 읽다보면 혀끝에 맴도는 감촉이 매끄럽지 않나요. 거울도 처녀도 시詩도 다 아름답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계시지요. 저도 그러느라 그냥 맘으로 쪼매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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