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그 집2

홍윤숙

그 집 젊은이들 산지사방 흩어져간 지
스무 해가 넘었고
노모와 남정네도 세상 떠난 지 이미 오래다
남은 사람 있는지 없는지 기척이 없고
빈 집은 구석구석 거미줄 슬고
초인종도 녹슬었는지 울리지 않는다
대개는 빗장 꽂힌 문 굳게 잠긴 채
열리지 않았고
다만 이따금 우편함에 쌓이는 우편물들
누가 언제 걷어가는지 본 적이 없지만
빈 집이 아닌 것을 짐작할 뿐이다

키 큰 바람이 거리와 빌딩과 가로수를 휘젓고
골목 안 그 집 창에 몰려와
이유 없이 으르렁거리다 지나가는 날은
밤에도 등불 켜지지 않았고
어쩌다 보름달이 창밖의
해묵은 감나무 가지에 걸려
우수수 우수수 부서져 내리면
금분을 뒤집어쓴 낡은 의자 하나
스르르 한 마리 학으로 떠올라 승천을 꿈꾼다
그렇게 그 집은 나날이 조금씩 침몰하고 있다
아무도 그 일을 눈치채지 못할 뿐

김발

이용숙 - 충남 누동학원 1년

우리는 작년에 김발을 열여덟 대를 맸는데 올해는 스무
대 넘겨 맨다고 했다. 작년에 김 할 사람이 없어 날마다 사람
을 사서 김을 맸다. 그런데 올해는 더 많이 맨다니......
국민학교 때의 일이다. 어떤 날 김을 많이 뜯어 와서 김이
썩을 것 같았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나보고 학교 가지 말
라고 했다. 김 하기는 재미가 있지만 나보고는 날마다 김을
널라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김을 뜨고 싶어 뜬다고 하면 못
뜨게 한다. 그래서 나는 학교 가지 말라고 하면 공연히 일하
면서도 울음이 나온다. 그리고 일도 제대로 되지도 않는다.
어떤 날은 또 돈 오백 원 준다고 학교 가지 말라고 하셨
다. 나는 가려고 하다가 돈 안 받고 학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되어 그 날은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면 다음날도, 또 다
음날도 ......이렇게 해서 3일을 학교에 못 갔다. 4일째 되는
날 내가 저금을 달라고 하니까 천 원뿐이 안 주셨다. 나는 울
음이 나오려고 하는데 꾹 참고 앞으로는 학교에 안 빠진다고
하면서 학교에 가려고 하는데, 아버지께서 김 팔면 또 준다
고 했다.
그 날 학교에 가서 저금을 하니까 선생님께서 "이게 사흘
안 나온 품값이구나."하고 웃으셨다. 그 때 나는 공연히 저
금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리가 이렇게 학교에 못 나가면서 김을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도시에 많다고 한다. 한 나라 한 땅에서 한
핏줄을 이어받고 태어난 사람들이 김을 모르다니, 우리도 도
시로 나가면 모르는 것이 많을 것이다. 정말 우리 나라만 이
렇게 도시하고 농촌하고 차이가 많을까?

제목 : 등대지기를 읽고 (부제- 등대지기 재우의 슬픈 인생살이)
쓴사람 : 가을나무

이 책을 다 읽은 순간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눈물은 곧 흐느낌으로 바뀌고 말았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재우의 이야기와 숨겨져 왔었던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 그리고 서로의 엇갈림이 풀려나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슬프고 애절했기 때문이다.
등대지기 재우의 삶은 불행했었다.
2남 1녀의 아버지 없는 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나 어머니와의 갈등이 너무나도 심했고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재우는 그런 생활이 너무나도 싫었었고 급기야 집을 나가서 모든 가족 간의 인연을 끊고 외딴 섬 구명도의 등대지기로 일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었다.
하지만 모두들 재우를 그냥 놔두지 않았고 치매 걸린 어머니를 재우에게 맡겨 버리린다. 서로 너무나 힘들어했던 재우와 어머니는 하루도 온전하지 않았고 재우는 구조조정의 바람으로 자신이 힘들어하면 따스하게 감싸주었던 등대를 떠나야만 했었다.
너무나 힘든 가운데 속에서 재우는 어머니와 화해를 하게 되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재우는 얼마 못 가 등대에 몰아친 태풍의 번개를 맞아 두 다리를 잃고 어머니는 죽고 말았고 재우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아야만 했다.
재우의 인생은 너무나 험하고 슬프고 가슴이 아픈 정말 살기 싫은 정도의 고통을 받는 끔찍한 인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우는 그런 인생을 살면서 그 속에서 작은 사랑과 작은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너무나 행복해 했으니 아름다운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지은 작가 '조창인'은 가시고기라는 부성애를 나타낸 책으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이다. 이 책은 가시고기 보다 인기는 적지만 가시고기를 훨씬 능가하는 따뜻한 감동을 느끼게 해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시고기보다 이 등대지기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 몹시 행복하고 바랄 것 없는 만족한 생활과 인생을 살 고 있지만 다음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재우 같은 인생을 경험해 보고 싶다.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그런 인생을 말이다.
작은 섬 구명도의 등대지기 재우와 치매 걸린 어머니의 갈등이 고조되었을 때 나는 내가 마치 그 두 사람이 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났었다.
그리고 그 둘이 화해를 하고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을 보았을 땐 난 내가 화해한 것처럼 가슴이 따뜻하고 훈훈했다.
이제까지 많은 책을 읽어봤지만 이렇게 감정 변화가 심한 책은 처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