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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의 논둑에서 |
| 장성태 - 충남 대천여중 3년 |
학교 길이었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오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염소 새끼를 껴안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 아이를 보고 나쁜 아이라고
욕을 하였다.
친구 중 한 아이가
그 아이는 '바보'라고 하였다.
그 아이는 새까만 염소가 귀여웠나 보다.
나는 그 새까만 염소를 징그럽다고 소리쳤는데.
생각해 보았다.
비록 어디가 모자라는 바보이지만
바보에게도 사랑스런
염소를 품안에 껴안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니.
나는 그 바보 아이에게 따스한 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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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나무 일기장 |
| 김명인 |
연기군 서면 봉산동 그 향나무를 만나고 나서
틈날 때마다 남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버릇이 생겼다
손짓과 표정 사이에 시간을 섞어 그대에게
들키는 내 침묵의 전언처럼
사백 년도 더 된 향나무 한 그루의 내력이
고해 성사로 읽혀진들 스스로 옮겨 앉지도 못해
멸문滅門이 되어버린 이웃의 폐가에게
이 집의 연보를 새삼 들춰 보일 필요가 있을까
한번은 문짝까지 뜯겨져나간 폐가 마당에서 주운
조치원 여고 2학년 1반 이영금,
1979년의 학생증으로도 밤늦도록 불 밝히고 앉아
서른서너 살 내 행적 되짚어보았지만
그때 무성했던 가시조차 메말라버린 지금
어떤 습관이 여기 가지 뻗고 살아온
향나무의 일거수라는 것일까
썩은 밑동을 시멘트로 채워 넣고서도
청와靑瓦를 잔뜩 이고 선 저 집채를 바라보면
몸의 노쇠가 정신의 퇴화인 양 무겁게 읽혀지지만
흔적조차 깡그리 지워져버린 떠돌이
집들에게는 저쪽 폐가라도
도대체 몇 대가 벋어나갔거나 이울었거나 다시
집이라면 나도 허술한 반백으로만 가구를 들여서
서툰 수화라도 더듬고 싶어지는
쌓으면서 무너뜨렸다는 것일까
이 침묵의 일기장
몸 전체가 고택으로 여기 쭈그리고 앉은 저 향나무나
그 곁 판자로 입을 봉한 훨씬 젊은 폐가에겐
고백하고 싶은 하루하루가 아직도 남아 있는가 보다
향나무는 금세 썩어버릴 서까래에게 못 이기는 척
제 무거운 가지들을 부축받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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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검은 고양이 네로 얼룩 고양이 로네
쓴사람 : Oz
얼마 전부터인가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에서 어슬렁거린다. 젖소처럼 얼룩 고양이. 덩치도 꽤 크다! 발발이 만큼이나...
고양이는 가끔 발발이에게 공격 자세를 취하는데, 자신을 본체만체하는 발발이에 대한 일종의 보복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발발이도 고양이만 보먄 짖어서 난 참 머리가 아프다!
12경에 좋아 하는 라디오 방송을 다 듣고, 이제 잠이 들 만하면 짖어서 잠을 못자게 하니까... 그렇다고 못짖게 할 수도 없다. 발발이 본연의 임무가 짖는건데 그걸 뭐라고 할 수 없으니...
고양이가 찾아 온 이유?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생선과 밥을 준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어슬렁 거리면 어머니는 밥을 주신다. 그리고, 고양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밥을 가끔 씩 준비해 주신다. 그럼 고양이가 왔다 간 흔적으로 그 밥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고양이가 집에 어슬렁 거리는 뒤로는 쥐들이 사라졌다.
일종의 어머니와 고양이 사이에 조약이 생긴 것이다. 어머니는 쥐 때문에 고생이고 고양이는 맛있는 생선을 먹을 수 있으니까...
고양이가 쥐를 쫒아 주냐고? 아니! 쫒아 내지는 않는데 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어슬렁거린 뒤로는 쥐라는 놈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는 쥐가 보이지 않는다며 참 좋아 하신다. 그래서 고양이가 집에 찾아 올 수 있도록 가끔 생선과 밥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번 장마에는 고양이에게 야생(?)적인 집까지 만들어 주셨다. 우리 집이 학교 옆에 붙어 있어서 사람이 잘 다가 갈 수 없는 그런 틈이 있다. 거기에 집을 만들어 주신 것이다. 고양이도 그 사실을 아는지 그 집 근처에 앉아 있기도 하고,,,, 그 곳에 앉아서 우리 집 현관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마당의 초록빛 잔디에 앉아 가을 하늘의 햇살을 즐기기도 한다.
아! 몇 일전에는 현관까지 들어 왔다! 물론 도독 고양이 이니까 음식을 먹으러 왔을 것이다.
그걸 보면서 한가지 ....
저 고양이는 배고품이 가시면 더 이상 음식을 훔치지 않는데...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먹을 만큼의 음식만 훔칠 것인데...
도대체, 뇌물을 받아 먹는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그것도 한 사람이 한 평생을 모아야 하는 돈을 뇌물로 먹고도 더 달라도 아우성 치는 사람들은...
난 내 밥그릇 간수 하기도 어렵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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