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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나무 |
| 함성호 |
지나가네 지나가 버리네
그가, 그녀가, 당신이-
그냥 지나가 버리네
여기
너무 오래 단풍나무 아래서
그를, 그녀를, 당신을 기다렸네
설레는 손짓은
단풍나무 잎사귀처럼
붉게 물들어가고
단풍나무 붉은 그늘 아래로
사랑이거나 괴로움이거나
골몰한 생각들이 스치고
그냥
지나가버리네
그는, 그녀는, 당신은
훗날
어느 차가운 바위에 앉아
말하겠지
그때,
(단풍나무 그늘에서)
쉬어가야 했다고
우리가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쳐온 생의 기별들이
단풍나무 붉은 그늘 아래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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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밭 |
| 정봉자 - 상주 청리국교 3년 |
꽃밭에만 가면
코스모스가 환하게
피어 있다.
꽃밭에만 가면
코스모스가 환하게
피어 있다.
1963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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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엽서한장
쓴사람 : 남촌
지금은 우리의 곁에서 멀리 사라져 버린 엽서라는 단어가 있었다. 간단한 사연이나 공개되어도 무방할 간단한 사연은 편지보다는 엽서가 제격일 때도 있었다. 사전엔 우편엽서란 " 일정한 규격의 용지에다 우편 요금의 증표를 인쇄하여 발행하는 편지 용지. (준말)엽서" 라는 사전상 정의를 내리고 있다.
우리는 평생에 한번 정도 엽서를 보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년전 호주에서 뉴질랜드 가기 전에 호주 토속관광 사진이 곁들이 엽서 한 장을 호텔 판매점에서 구입하여 집에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부친적이 있다. 남반부에서 북반부로 오느라고 늦장을 부렸는지 내가 도착한 다음에 엽서가 도착되는 멋적은 사건이었지만 말이다. 곽재구님도 여행을 다니면서 바닷가 어느 모텔에서 친구에게 엽서 한 장 쓰는 짤막한 글을 공개한걸 기억한다.
라듸오 방송이 한창 유행 했을적엔(그래 보았자 10년전일테니 그리 오랜 세월은 아니건만) 사연들을 묶어 연말에 예쁜엽서나 아름다운 글 등을 뽑아서 상도 주곤 했었는데...
또 FM방송에 흘러나오는 엽서에 애창곡 두어 곡을 신청하여 전파를 타면 그 방송을 듣고 있는 사람은 그 가슴이 얼마나 뛰고 보내는 사람도 가슴 절이고 방송을 기다리겠는가? 요즈음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리면 그만인 것을.
그러나 우체부 아저씨 가방안에 든 달랑 한 장짜리라도 그 따사한 정이 뭍어 나오는 엽서 한 장이 좋다. 침 뭍혀 붙힌 우표 한 장 붙은 사랑 가득담은 그림엽서 한 장이 더욱 그리워 진다. 나이 탓인가?
요즈음은 이메일이다 팩스전송이다 하여 엽서의 친근감이나 효용성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이번 봄찾기 주제는 봄엽서로 정했다. 엽서에 담을 만한 파스텔톤 수채화를 찾아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조용하고 잔잔한 풍경을 담아 보기로 했다. 실은 이런 내용을 초봄 아직 새싹들도 움트지 않은 삭막한 들판에서 사진으로 찍어 보겠다는 야심만 좋았지 들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질 않았다. 그래서 비오는 주말에 혹시 이런걸 건질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인근 교외지역에 출사를 나갔다.
설령 몇 컷 한다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세대엔 아련한 추억인 그림엽서 한 장을 만들고 싶다. 어니어스에 "편지" 라는 노래가 어디에서 들려 올 듯도 싶다. 너무나 알려진 안도현 시인님의 가을엽서를 나리레터로 깔고 말이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낮을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사랑은 왜/낮은 곳에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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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