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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부러진다는 것 |
| 이정록 |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치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어 올린 것이다
그 끝없는 깡다구가 고추를 붉게 익힌 것이다
햇살 때문만이 아니다, 구부러지는 힘으로
고추는 죽어서도 맵다
물고기가 휘어지는 것은
물살을 치고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말하겠다
내 마음의 꼭지가, 너를 향해
잘못 박힌 못처럼
굽어버렸다
자, 가자!
굽은 못도
고추 꼭지도
비늘 좋은 물고기의 등뼈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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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농사 |
| 안명숙 - 경북 성주 대서국교 6년 |
올 여름에는 비가 너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농사 피해가
컸다. 특히 우리 집은 일곱 마지기나 모내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뒤늦게 모내기를 했으나 모에는 알이 배어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모내기를 하고 나서 알이 배었다는 것
을 알고부터는 실망이 컸다. 냇가를 파서 일주일 동안 밤잠
자지 않고 물을 펐는 기름 값도 나오지 않겠다고 하셨다. 나
도 그렇게 생각했다.
모내기를 하기 전 물을 풀 때, 아버지는 해가 지고 한참
동안이나 기계를 돌보시다가 집으로 저녁을 잡수러 오셨다.
그동안에 어머니와 나는 기계가 어떻게 되었나 보고, 논에
물이 제대로 들어갔나 보고, 기계 옆에 있는 다리 끝에 서 있
었다.
그 때 성호 아버지께서도 물을 푸시고 계셨다. 조금 있다
가 짚단을 가지고 오셔서 불을 피우셨다. 밤이라서 모기가
물어서 후치던 데다가 불을 피우니까 모기가 별로 물지 않았
다.
거기 있으니까 잠도 왔다. 그래도 참고 있으니까 아버지께
서 오셨다. 그래서 나는 집에 가고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밤에 잠도 안 주무시고 물을 펐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물을 다 퍼서 모를 심었다. 이렇게 고
생을 하며 심었는데 요사이 와서는 나락이 절시도 안 하고
새파랗게 되어 익지도 않고 있다. 올해 나락 농사는 실패라
고 생각한다.
*후치던 : 쫓던, 절시 : 벼가 익을 무렵에 고개를 숙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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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바보사랑
쓴사람 : 바다지킴이 조회
--바보 .
다들 내게 그러더군요.
그런줄로만 알았습니다.
우린 서로에게 바보였으니까요.
당신은 내게 언제나 내마음 몰라주는 바보였고.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바보였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철부지 어린 바보였고,
당신은 그런 나를 사랑하는 바보였습니다.
오늘도 난 말할 수 없는 얘기들을
일기장에 수두룩히 뱉아놓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눈은 송아지의 큰눈마냥
꼭 눈물이 흘러 내릴것만 같습니다.
--두 바보들 ...
사람들은 또 우리에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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