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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는 철부지 풍각쟁이 |
| 송준영 |
쉰의 가을은 이제 막 쉬게 되는 묵밥이라 하면
너무 통속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아마 이건 내
등을 덮친, 이 가을 비실비실하는 햇살 때문일
거다 혹,저녁 운동 길 풀죽어 돌아나가는 바
람이나 냇가에서 줍는 아이들의 물비늘 때문
일 거다 아니야, 아니야, 휘파람새 길게 읊조리
는 둔치의 수양버들 길섶, 허물어질 듯 달려
있는 두어 포기 봉선화 반경 30cm 안쪽에 내팽
개쳐진 당신의 손톱 몇 날, 설디 서러운 연분
홍 마음 몇 점, 하늘엔 금세 저녁놀 사라지고
구름은 바람으로 내려와 갈잎 분다 나는 나는
운수객 철부지 풍각쟁이 가을 시인 돌아오는
길 봉숭아 꽃잎 실에 꿰어본다 그러나 그러나
이건 순전히 감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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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빨간 고추잠자리 |
| 김임순 - 안동 대성국교 6년 |
요즘 새빨간 고추잠자리가 많다.
고추를 따다가 보면 새빨간 고추잠자리
때문에 고추를 못 따지요.
새빨간 고추잠자리를 잡다가
고추를 따다가 하면
잠자리가 고추 작대기에 앉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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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빅스 큐브
윤성택
정육면체 색조각을 돌려가며 맞추는 루빅스 큐브라는 퍼즐. 나는 아직
도 한 면밖에 맞추질 못한다. 다른 면들은 모두 뒤섞인 채로 살아왔다. 정
거하러 들어오는 하행 지하철 창에 그녀가 있었다. 서서히 그녀의 칸은 내
가 탄 상행 칸에서 멈췄다. 그 순간을 위해 세로축의 계단들과 가로축의
정차역들은 수없이 교차해왔고, 각기 다른 두 개의 시간이 한 접점에서 시
공간을 열었을 것이다. 열차 유리창과 유리창 열차 사이, 마지막일지도 모
를 눈빛이 일치했다. 몇 백 년을 건너온 듯 검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
다. 한 면이 다른 전면을 맞춰내기 위해, 우리의 관계는 잠시 잇댔다가 어
긋나는 여정에 있었을까. 루빅스 큐브 한 면만 겨우 맞춰온 내가 그녀를
다시 본다는 것은, 이 生을 분해해 다시 조립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
었다. 지하철은 떠났고 그녀와 단 몇 초간, 아마도 평생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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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