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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주머니 사용법 |
| 정영 |
축 젖은 것들을 담으세요 난 이미 젖었거든요 처음 영화를 볼 땐 시
큼한 사랑을 담았어요 입에서 입으로 음식을 옮겨 담던 연인들의 이별
이 날 과장되게 부풀렸어요, 책을 읽을 땐 슬픈 활자들만 골라 담았어
요 마른 것들은 날 주름지게 했거든요 난 마블링처럼 유연하게 비틀리
고 싶었죠, 잠을 잘 땐 물론 당신을 당신을 당신을 쑤셔넣었어요 귀 기
울여 봐요 내 주머니에선 아이가 자란다고요 어둠을 잘 들여다보면 뜨
거운 아가 돌멩이가 더 큰 아가 돌멩이들을 토해내요, 구름 한 덩이가
내 머리 위에 와서야 울컷 빗물을 쏟을 때 난 입을 한껏 벌렸죠 한 낮
의 드라이브 중 철철 울던 당신의 눈물이 날 모성애로 더렵혔죠 내가
먹을 게요 당신 생의 거품 같은 것, 바람에 날아간 음표처럼 떠난 사람
들을 담았어요 텅 빈 오선지를 노래했어요 물론 그땐 뭣도 몰랐어요
터널 속에서 울었어요 아주 잠깐 나에 대해 생각했나봐요, 비밀이 많
은 당신들의 박쥐 아직 살아 있어요 박쥐의 앙상한 뼈가 내 심장을 찌
를 때 난 입구를 확 열어요 그리고 비밀의 숨통을 틀어막죠 산 정상에
서자마자 다시 바다가 그리워졌던 것처럼요, 큰 파도가 덮친 우리 무
덤가엔 속이 꽉 짜인 나무들 무성할 거예요 우리 둘러앉은 나무 숲 그
림자가 널 담아도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할 땐 우린 좀 괜찮아질
까요, 빈 몸이 될 수 있을까요
나는 검은 주머니
산 정상에서 붉게 아주 붉게 소리쳤죠
날 사용해도 좋아
아직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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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
| 이용대 - 안동 대곡분교 2년 |
도시는 제일 편타.
농사도 안 짓고
차도 만날로 탄다.
196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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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로 비가 오네요. 사람이 오래 비를 만나지 못하면 가뭄병이 듭니다. 옛날 어떤 마을에 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육백년 묵은 남자거북이를 잡아 자신의 횟집 수족관에 넣었지요. 며칠 후 어부가 다시 바다에 그물을 던지자 이번에는 육백년 묵은 여자거북이가 잡혔지요. 오! 놀라워라~ 어부는 특별히 맞춘 두개의 수족관에 거북이를 넣었고 신기한 구경거리를 보러 온 사람들 덕분에 많은 돈을 벌었지요. 그로부터 그 바닷가 마을에는 몇년 몇달 비가 내리지 않았지요. 비를 내리는 바다의 용왕부부를 잡아 들인 탓이라고 여긴 사람들은 거북이를 놓아주라 아우성 쳤지요. 나이든 어른들 말씀이 바다 거북이는 몇백년에 한번씩 햇볕을 듬뿍 쪼여야 하는거라고...그때 마침 잡힌 거라 하였지요. 돈을 그렇게 많이 벌고도 계속 욕심을 부리면 이젠 그 복이 화가 될 거라 하였지요. 놀란 횟집 주인이 거북이 한쌍을 바다에 풀어주자 거짓말 처럼 폭풍우에 비가 내렸지요. 태풍이 몰려 올 계절도 아니었건만...마녀 살던 동네 야그 믿거나 말거나 ....의리 있는 여자거북이 이야기... 오늘 이백구십육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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