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그 가을 첫사랑

장진기

잊지 못했던 것이다
깔따구 떼를 빙빙 쫓는 고추잠자리보다
방뚝 쇠똥 언저리에 파랗게 멍든
청잠자리 한 마리를 보자,
쩡쩡한 등어리 매듭 조였다 펴며
땅에 붙어 가을 하늘 날푸르던 날개 깃의
그녀 미소가 푸득 날아 올랐다

나는 들길을 싸다니던 어린시절부터
혼자 길바닥에 소피를 보듯 열중하는 청잠자리 낮은 품새가
절묘히 내 눈길을 잡아 땡기곤 했었다
그녀도 그랬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손에 잡힐만하면
잰 걸음 없이 후딱 날아서 내 눈에 근질근질 보일만한 곳에
앉는 것이었다

아뭏튼 나는
그녀의 가을을 여태 잡지못했다
나는 죽어 억척같은 풀 듬성듬성 난
가을 들길에 널부러져 누워 있어 볼 것이다

그러면 둥근 배위에 날개를 붙이고 앉아
내 풀빛으로 멍든 첫사랑을 움켜쥐고 우적우적 씹고 있을 잠자리,
그때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허리가 휘어지게 할레 붙어
등심을 꿈틀거리고 헉헉 날아가며 가을구름 한 조각
뜯고 있을 것이다

재수 없는 달

서강숙 - 전북 임실 덕치국교 6년

9월 8일

공부는 하지 않고 첫째 시간에는 농악. 둘째 시간에는
매스 게임, 셋째 시간에는 작업을 했다. 빨리 운동회가 끝
났으면 좋겠다. 땀이 줄줄줄 흘렀다. 싫증도 났다.

9월 15일

하기 싫은 운동회 연습만 계속되었다. 공부가 그리웠
다. 학교에 오면 8시 40분부터 모여서 청소 시간까지 계
속 연습만 죽어라고 하는 것이다. 지겨워 죽겠다. 어서 빨
리 운동회가 끝났으면 좋겠다.

9월 21일

오늘은 운동 연습에서 해방이 되는 첫날이다. 역시 해
방이라는 두 글자는 좋은 것인가 보다. 다른 건 싫지만 운
동이라는 것은 해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9월 24일

지겨운 운동회가 시원하게 끝나니까 육상 연습, 인제
육상이 끝나면 무엇이 돌아올지가 궁금하다. 돌아오려면
미리미리 돌아갈 것이지 뭣 하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제목 : 희동오이
쓴사람 : 단산 (오즈홈 오시는 한문 선생님. 이분 홈페이지에는 아름다운 글들이 그득그득 차 있었는데 ....단산님 엉뚱한 놈만 나와요!)

같은 것을 좋아하고, 다른 것을 싫어함<喜同惡異(희동오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좋아하고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싫어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항상 같은 사람만 존재한다면, 세상 살이에 있어서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옥을 좋아한다고 해서 옥과 옥끼리 모여 있다면, 절대로 그 옥을 옥답게 가꿀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디치면서 갈릴 때, 모난 부분이 갈리어 우리가 찾는 옥의 모습을 갖추게 되듯, 세상 살이에서 자신의 견해를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을 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채워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이 세상에 군자와 군자끼리만 살아간다면, 소인의 무리들은 설 곳이 없다. 소인의 거친 행동과 부디치면서 군자의 마음 더욱더 단단해 지고, 자신의 견해와 달리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니, 얼마나 깊은 의미인가?

세상에 눈을 돌려 보라.
무수히 많은 산천초목들, 어되 그 초목들이 단 맛만 내는 향초로 꾸며져 있던가?
얽히고 섥히어 거대한 아니 아름다운 자연을 연출해 내지 않는가?

그런 각도에서 喜同喜異(같은 사람들도 좋아하고, 아울러 달리여기는 사람들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와 同而異(같은 처지에서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란 구절을 생각해 보자.

거칠게 달려드는 사람들을 <나를 달련시키려는 시금석>으로 생각하는 하루가 되고 싶다.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