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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나무 |
| 정상섭 |
오를수록 아득히 낮아지는 것이다.
키 큰 교목의 숲을 지날 때에는
향나무 달차근한 살내에 젖기도 하고
소나무 구부러진 밑둥치를 흔들어보기도 하고
떡갈나무 까마득한 활엽들을 흘겨보기도 하지만
어느덧 관목대에 이르면 낮아진 후련함에 말을 잃는 것이다.
족히 둘러보면 애초의 너를 나무그늘이 간데없고
낮아진 것은 교목뿐만이 아니다.
되려 무언가가 그늘지워 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드세인 바람과 무작정 내린 눈발에 가느단 가지들 꺾이어져 헝클어진
진달래 찔레 앵두나무 따위를 보는 것이다.
뿌리째 일어선 아우성을 듣는 것이다.
갈매나무는 그 틈에 있었다.
함부로 널브러진 꽃잎에 지질리며 눈을 닫고 있었다.
뉘인 몸 고운 살결에 어룽진 채찍! 채찍 무늬에 취한 것일까
꿈결에도 저미는 톱날! 톱날 자국을 도시 모르는 것일까.
봄 늦게 더디더디 잔꽃 피우고
늦여름에 촘촘한 열매 익히는 갈매나무.
지금, 그 검은 눈들이 가만하게 번득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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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복숭아 |
| 이재흠 - 안동 대곡분교 3년 |
개가 어디서
복숭아를 하나 따 가지고
우리 집으로 와서 먹는다.
아주 맛있게 먹는다.
먹는 소리가 새근새근 난다.
하도 맛있게 먹어서
나도 뒷산에 올라가
복숭아를 하나 따먹어 보니
아주 맛도 없었다.
1969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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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외출 하려고 한발자욱 내딛는 순간
바람은 벌써 가을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 챘습니다.
여름은 이렇게 가고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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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