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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소화 |
| 김선우 |
꽃 피우기 좋은 계절 앙다물어 보내놓고 당신이나 나나 참 왜
이리 더디 늙는지 독하기로는 당신이 나보다 더한 셈 꽃시절 지날
동안 당신은 깊이깊이 대궁 속으로만 찾아들어 나팔관 지나고 자
궁을 거슬러 당신이 태어나지 않을 운명을 찾아 아직 태어나지 않
은 어머니를 죽이러 우주 어딘가 시간을 삼킨 구멍을 찾아가다 그
러다 염천을 딱! 만난 것인데 이글거리는 밀납 같은. 끓는 용암 같
은, 염천을 능멸하며 붉은 웃음 퍼올려 몸 풀고 꽃술 달고 쟁쟁한
열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능소(凌凌)야 능소(凌凌)야, 모루에 올
려진 시뻘건 쇳덩어리 찌챙찌챙 두드려 소리를 깨우고 갓 깨워놓
은 소리가 하늘을 태울라 찌챙찌챙 담그고 두드려 울음을 잡는 장
이처럼이야 쇠의 호흡 따라 뭉친 소리 풀어주고 성근 소리 묶어주
며 깨워놓은 소리 다듬어내는 장이처럼이야 아니되어도 능소(凌
凌)야 능소(凌凌)야, 염천을 능멸하며 제 몸의 소리 스스로 깨뜨
려 고수레- 던져올리는 사잣밥처럼 뭉텅뭉텅 햇살 베어 선연한
주홍빛 속내로만 오는 꽃대궁 속 나팔관을 지나고 자궁을 가로질
러 우주 어딘가 시간을 삼킨 구멍을 찾아가는 당신 타는 울음 들
어낼 귀가 딱 한순간은 어두운 내게도 오는 법, 덩굴 마디마다 못
을 치며 당신이 염천 아래 자꾸만 아기 울음소리로 번져갈 때 나
는 듣고 있었던 거라 향기마저 봉인하여 끌어안고 꽃받침째 툭,
툭, 떨어져내리는 붉디붉은 징소리를 듣고 있었던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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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깍디기 나르기 |
| 이상진 - 경북 울진 진복분교 4년 |
오후에 학교 갔다 오니깐 엄마가 맞두리를 가지고 용준네
아저씨네 집에 오라고 하였다. 엄마는 다락에 올라가 맞두리
를 들라고 하였다. 그래서 주니깐 콩 깍디기를 맞두리에 담
았다. 엄마가 다락에서 내카 주었다. 엄마가 갖다 놓고 니야
가를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콩 깍디기를 갖고 갈라 하니깐 개가 막 달려들었다. 나는
빨리 뛰어갔다. 나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맞두리에 담긴 콩 깍디기를 벗고 니야가를 끌고 가는데
돌멩이에 걸렸다. 나는 옆으로 운전하였다. 집에 끌고 와서
버놓고 나는 용준네 아저씨네 집으로 또 끌고 갔다. 엄마가
니야가에 한 개 차면 간다고 하였다. 엄마가 맞두리에 콩 깍
디기를 담아 주었다. 나는 막 흘렸다. 그래서 주워 담았다.
콩이 있어 주워 담았다.
다락에서 문지가 막 날렸다. 엄마 머리에 문지와 콩 깍디
기가 막 붙어 있었다. 그래도 엄마는 안 말 없이 일을 하였다.
*깍디기 :깍지. 돌라고 : 달라고. 내카 주었다 : 내려 주었다.
니야가 : 리어카. 벗고 : 붓고. 버 놓고 :부어 놓고
안 말 없이 : 아무 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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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말로 "눈까리에 콩 꺼풀이 씌있는갑다 그것도 몬 보구로!"
흐흫. 비속어가 하나 들었지마는 경상도에서는 별로 비속시럽지
않은 표현 입니다. 사랑의 비극이란 그 콩꺼풀이 떨어지는 날
비로소 시작 되는 것이니 죽을때 까지 콩깍디기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부족함 없는 사랑이 되겠지요! 요즘 농협 야채코너에 가면 콩 깍디기에 든 콩을 팔고 있습디다. 콩은 다 까먹고 깍디기는 말려서 초식동물의 사료로 쓰면 되는데 사랑의 눈꺼풀에서 떨어진 깍디기는 어디에다 쓸까요. 저요? 옛날 하고도 고리적에 당근 가슴 찢어지는 사랑을 한 적이 있었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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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