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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은뱅이 부처꽃 |
| 고영섭 |
천지 사방에다 무허가 판자집을 지은 그는
이름없는 목수였다
갈 봄 여름 없이
연장통을 옆에 끼고
삼천대천세계를 정처없이 떠돌았다
깎아지른 벼랑 위에 암자를 지었고
지붕 위로 날려온 흙 위에도 초가를 지었다
눕는 곳이 집이었고
몇 달 전부터 요사채 말석에 가부좌를 틀고
웅크리고 앉아
문득 한 소식을 얻었는지
노오란 안테나를 하늘로 띄우며
꽃 씨 몇 개 날리며 천리길을 떠나는 그는
제 앞으로 등기한 집 한 채 없이도
바닥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오늘은 민들레꽃이 세운 집 한 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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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 |
| 허희형 - 경기 호암국교 6년 |
영란이네 다롱이가 죽었다. 오토바이에 쳐 죽었다. 아
니, 죽진 않았지만 죽였다. 승희, 이승희네 아빠가 오토바
이로 친 다음, 죽지 않자 가슴을 눌러다고 한다.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죽으면 강아지 한 마리만 사 주면
되니까 돈이 덜 들어가지만 병이 들면 약값이 많이 들어가
므로 죽인 것이다.
하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살아 있으면 아프기 때문에
고통을 받을까봐 죽였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은 나쁜 쪽인 것 같다. 왜냐하면, 영란이가 울면
서 들어갈 때 아저씨는 웃으면서 그냥 가셨다고 한다.
그 아저씨는 집에서 오리와 개를 키우면서 남의 강아지를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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