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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회록 |
| 김용락 |
보플보플 길이 잘든 인조수세미에
저공해 세재를 적당량 묻혀
개수대 안에 제멋대로 널부러져 있는
그릇을 닦기 시작한다
이제는 군데군데 이가 빠진 쟁반이며
바닥에 새겨진 다소 촌스런 매화 문양과
날아갈 듯한 학의 비상이 희미해지도록
이 골목 저 동네 끌고 다니며 함게 해온 밥과 국그릇
금이 가고 깨어지고 온전한 게 별로 없다
가족들이 출근하고 각기 등교한 후
어두컴컴한 개수대에서
고단한 인생살이로 이미 굽은 등을 더욱 구부리고
낡은 그릇을 닦는 것은
누구의 말처럼 슬픈 사람의 뒷모습이
닦여진 그릇의 표면에 나타나기 때문도 아니요
얼룩 많은 나의 참회록을 생각하기 때문은 더욱더 아니다
그저 황망한 아침 특별히 생각나는 사람도
해야할 일도 마땅히 없는 그런 날 그렇게 개수대 앞에서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앞날을
잠깐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얼룩이 진 그릇을 닦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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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안하기 |
| 박현주 - 서울 사당국교 6년 |
나는 오늘따라 침묵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교실에 들어가면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말 한 마디도
일체 안 하기로 했다. 내가 말을 한 마디도 안 하다는 글을
썼더니 아이들은 이루지 못하리라는 듯 웃기만 하였다. 그
러나 해 보려고 애를 썼다. 2교시까지 꾸역꾸역 참아 갔
다. 말을 안 하니 숨을 못 쉬는 것처럼 답답했다. 드디어
쉬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역시 말 안 하는 시간이었다.
층계를 걸어가며 구슬을 튕겼다. 그랬더니 앞에 있던 이근
술이 자기 구슬이라며 억지를 썼다. 나는 화가 치밀었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내 꺼야."하고 내려갔다. 난 그제서
야 내 목표가 깨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이근술은 주머
니를 뒤적거리더니 "찾았다"라고 말하고 밑층으로 내려갔
다. 이근술만 탓하다 내가 너무 지나친 목표를 세웠다는 것
을 깨달았다. 비록 오늘의 목표는 허물어졌지만 내일도 내
가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세워 꼭 이루어야겠다.
12월 7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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