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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한때 |
| 고 영 |
창을 두드리는 장대비가
방안 구석구석 빗소리를 남기고 갑니다
몸만 풀고 가기엔 아무래도 섭섭했던 모양이군요
책 속에도 빗소리로 가득합니다
저 떡갈나무 장대비가 숲을 건너가기 전에
나는 빗소리를 담아 두려 했습니다
빗방울을 움켜쥐고 있는 도토리들
도토리를 쏘아 올리는 흥겨운 떡갈나무들
숲속에 펼쳐진 저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발끝이 들려, 마음이 들려
어느새 신명난 구경꾼이 되고 맙니다
징소리가 된 빗소리
꽹과리가 된 떡갈나무 숲속
옹이투성이 나무의 잎도 빗소리에 긁히니
한가락 노래가 되는군요
한바탕 잔치가 질퍽한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밤은
빗소리를 떠나보내긴 글렀나 봅니다
어린 나무들까지 저렇듯 모여 앉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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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
| 한상진 - 임실 덕치국교 6년 |
9월 14일
정말 기뻤다. 그것은 언니가 온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쉬는 시간에 "야! 조금만 있으면 우리 언니 온다."
하고 말했더니 경님이가 "넌 아기냐, 지금도 언닐 기다리
게."하고 말했다. 난 좀 화가 났다. 언니 생각만 하면 저
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
하는 우리 언니를 만나 볼 수 있으니까.
9월 18일
엄마와 같이 밭에 갔다. 밭에 가니 너무나도 더웠다. 한
참 일을 하다 보니 땀방울이 볼 위로 흘렀다. 내 스스로
이렇게 해보니 매일 일하시는 우리 엄마는 어떠실까, 이
런 생각이 났다.
9월 20일
언니는 아침에 왔다. 언니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토바이 소리가 나며 회문리 지서에서 경찰이 두 사람
오셨다. 난 '왜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두 경
찰 아저씨는 어떤 선물을 주며, 내가 똑똑하고 집안이 불
우하다며 경찰 서장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했다. 엄마도
언니도 나도 기뻤다. '내가 왜 이런 것을 받아야 할까.'이
런 생각도 들었다.
9월 21일
추석날이다. 우리 식구는 서울에서 온 오빠들과 같이
산소에 갔다. 추석이라 기쁘기도 했지만 아버지 생각을
하면 마음이 슬퍼진다. 아버지가 계실 때에 추석날이 돌
아오면 전주까지 언니들 마중을 나가시고 집안 식구가 한
데 모여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는데, 그리고 저번에는 우
리에게 교훈이 되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 이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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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다양성
구수경
휴지 대신 돈을 쓰는 사람,
가난에 눈물 나는 사람,
남들은 10%도 못 써보는 뇌를 몇 십 퍼센트나 쓴다는 사람,
밥 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
두바이유와 달러 약강세를 좌지우지 하는 인물부터
정신병자와 알콜중독자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다채롭다.
천재>바보, 강자>약자, 부자>빈자 라고도 하지만
바보는 천재보다 약자는 강자보다 빈자는 부자보다
천진난만하기도 한 것이다.
우리의 각막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만을 보여주는
그런 신기한 것이다.
그래서 내것과 네것이 있고,
네것이 결코 내것이 순 없으며,
내것이 네것일 수 없다.
하지만
타인의 각막을 자신있게 다루려 하는 사람은
자신의 각막이 얼마나 혼탁한 줄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각막은 무색이어서도 안 된다.
까맣고 파랗고 가끔은 초록빛을 내기도 하는 그것은
그만의 색깔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 하나, 채도는 높아야 한다.
깨끗한 까망, 깨끗한 파랑, 깨끗한 초록.
깨끗하다면 그것이 분홍이고 노랑이어도
우리는 손가락질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까만 눈, 파란 눈, 초록 눈,
한쪽은 노랗고 한쪽은 분홍인 눈도
다들 그만의 아름다운 컬-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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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