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그 해 여름 |
| 곽효환 |
퍽퍽한 하늘 틈새를 비집고 바람이 인다.
잎새들이 가느다란 수런거림
바람에 나뭇가지가 몸서리치는
흔들리는 여름
그 여름의 끝에 그녀는 이별을 얘기했다.
낮은 목소리의 끝은 갈라져 파편이 되어 쏟아졌다.
- 이제 그만이라고
여름의 끝에
- 이제 이별이라고 정말 끝이라고
나는 고립되어 있었고 그 해 여름은 지리했다. 봄부터 가물었고
산 들 그리고 강. 기억이 남은 곳이면 어디든 파헤쳐졌다. 굴삭기
와 시추기의 요란한 천공소리, 풀썩거리는 먼지 아래 마른 대지는
쭈그러든 젖무덤처럼 생기를 잃었다. 짧은 장마 뒤에 태풍도 오지
않았고 큰물도 지지 않았다. 메마른 땅위에 덧씌워진 아스콘도로
는 눈물처럼 검은 기름을 짜내며 축 늘어져 아이들이 지친 롤러보
드 자국마저 흉터로 떠안았다.
내 육신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여름에 굴욕적이었다. 하여
내내 불안했고 아팠다. 나날이 부풀어가는 배를 쓸어내리며 걸음
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뒤뚱거리며, 혹은 휘청거리며, 아침부터 내
내 아파트 주변을 맴돌았다.
아. 秋菊은 언제 피려나
秋菊 : 추국
|
|
|
 |
|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
| 한상진 - 임실 덕치국교 6년 |
7월 25일
엄마가 우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줄 깨달았다. 동네에
서 울력을 하여서, 거기서 빵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엄마는 우리들을 주려고 가지고 오셨다. 조그마한
빵이지만 엄마의 정성이 들어 있는 빵이다. 난 엄마가 무
척 고마웠다. 그리고 그것을 세 조각으로 나누어 주었다.
난 한 조각을 받아 들고 엄마도 조금 띠어 주어 먹었다.
* 띠어 : 떼어
7월 31일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그 이유는, 지금 방학인데 혜옥
이도 전주에 가고 다른 애들도 놀러 가는데, 나는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놀고 먹고 매일 이런 생활. 이젠 싫증이
난다. 6학년의 마지막 여름 방학인데 매일 밭에만 가니
정말 신경질이 났다.
난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엄마는 돈이 없어 쩔쩔매고 아
파도 가만히 있는데,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있으니, 난
다시 밥을 하고 엄마 일을 거들어 드렸다. 그런 데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할 형편인데.......우울.
8월 6일
내가 저녁때 밥솥에 불을 때고 있으니까 할머니께서 돼
지 꾸중물을 좀 갖다 주라고 하셨다. 난 "할매, 난 지금
불때."하고 말하고 나서 계속 불을 때고 있으니 할머니께
선 계속 날 부르시고 계셨다. 그래도 난 가지 않았다. 그
러자 할머니께서 화가 나셨는지 큰 소리로 부르셨다. 난
그 때서야 꾸중물을 갖다 주었다. 진작 이렇게 해버릴걸
하고 생각했다.
*꾸중물 : 구정물
|
|
|
당신의 여린마음이
이광재
바람이 불어와서 옷깃을
스쳐가는 진한 여운이
눈가에 스쳐지나갈때
왠지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눈물흘리는 그 마음을
모르는것은 아니외다.
가슴마다 찢기는 고통이
올지라도 그대위해서
영원히 살렵니다.이토록
차가운 바람들이 살갓을
파고드는 봄이오듯 당신의
여린 마음이 저를 붙들게합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