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오동나무 장롱 4 - 반짇고리

김수영

장롱을 열면 내 손이 안 닿는 위칸에는 염주바구니와 반짇고리가
있다. 반짇고리는 원래 장롱 아래 있었는데 짬만 나면 수를 놓거나
버선을 만들던 할머니의 오랜 동무였다. 그러나 할머니의 눈이 어
두워져 내가 좋아하는 콩주머니도 만들기 어려워지자 반짇고리는
장롱 위칸을 차지하게 되었다. 네모난 대나무 그릇에 알록달록 색
지를 입힌 반짇고리는 할머니의 어머니가 가마 속에 넣어준 것인데
낡아서 모서리마다 비단조각으로 콩댐을 하고 있다. 두 번씩 콩댐
한 데도 있어 누덕누덕하기가 꼭 각설이 보따리 같다.

반짇고리 한쪽에는 바늘겨레와 골무할미가 옹기종기 앉아 있다.
할머니가 쓰는 건 가운데가 곰배팔이가 된 검정 가죽골무지만 아들
많이 낳으려면 골무각시가 많아야 한다고 목단, 박쥐, 길자 색색깔
의 비단으로 만든 골무가 열두 개도 더 된다. 싸르릉싸르릉 소리가
나는 바늘겨레 속에는 할머니 머리카락과 할머니의 어머니 머리카
락이 들어 있어 쇠를 먹는 불가사리가 바늘을 삼키지 못하게 지키
고 있다.

네 귀가 뾰죽 튀어나온 화각실패는 목단꽃이 새겨져 있는데 그곳
에는 늘 이불홑청을 꿰매는 누런 무명실이 감겨 있다. 길쭉한 나무
실패에는 이불홑청에서 뜯어낸 무명실들이 감겨 있어서 베개홑청
을 꿰맬 때면 나는 이 실패에서 실을 풀어 바늘귀를 꿴다. 소담한
매화가 새겨진 퉁실한 통형실패에는 오색 수실을 감아두었다. 실패
에 실이 없으면 옷에 주려 헐벗는다며, 할머니는 실을 쓰고 나면 가
오리연처럼 네 귀마다 꼬리를 단 색실보자기에서 실꾸러미를 꺼내
다시 퉁퉁하게 감아놓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투리천을 넣어둔 비단보자기인데 노
랑 양단이랑 수박색 댕댕이 덩굴이 들어간 중국 비단이며 수박색
진주 비단 어느 하나 곱지 않은 것이 없다. 돌아오는 설에 고운 비
단옷을 해달라고 졸라야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고운 것
너무 좋아하면 화류각시 된다며 늘 빼앗아 넣었다. 가운데 연꽃이
수놓여진 붉은 비단으로 된 버선본집에는 애기버선부터 할미버선
까지 누런 한지로 만든 버선본들이 겹겹이 누워 있었다.

할머니가 없으면 반짇고리 안 가위며 바늘 골무 들이 좁은 여자
소견으로 삐죽빼죽 싸운다고, 서로 공이 많다고 큰엄마 자리를 차
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아무리 저희끼리 싸워도 소용이
없다며 혀를 찬다. 큰엄마는 아들을 먼저 낳은 여자가 차지하는 것
이지 바느질 솜씨 뽐내봐야 남의 각시 얻는 데 입을 못만 짓고, 자
수 솜씨 뽐내봐야 베지 못할 베갯모만 만든다고, 그까짓 거 배워서
뭐 하냐며 버선본집으로 덮고 그 위에 비단 덮개를 씌운 뒤 장롱 안
에 넣고 장롱문을 꼭꼭 닫는 것이었다.

개교기념일 - 6월 23일

박주희 - 대구 대봉국교 2년

오늘은 우리 학교 생일이라서 학교를 쉬었다. 집에서
쉬고 있으니 꼭 일요일처럼 생각이 되어서 몇 번이나 언
니한테 놀림을 받았다.
4학년 이상 회장, 부회장, 청소년단, 적십자 단원은 학
교에 간다고 했다. 4학년 언니는 학교에 가서 찹쌀떡을
두 개씩 받아 왔다. 참 맛있었다. 학생들 모두에게 주었으
면 좋을 것을.

6월 24일 - 칫솔통
오늘 학교에 와서 둘째 시간을 마치고 우유를 가지러
갔다. 그런데 그 안에는 선생님 물통이 들어 있었다. 우리
것은 칫솔통이었다.
나는 칫솔통을 하나 받았다. 아주머니께서 수고했다고
하면서 줬다. 거기에는 칫솔이 있었다. 비락 우유 회사에
서 그 동안 비락 우유를 팔아 줘서 고맙다고 주는 것인가
보다.
그것을 집에 가지고 와서 마루에 있는 기둥에 언니와 함
께 붙였다. 우리 집에서 국민학교에 다니는 언니는 다 받
아 왔다.
이제 나의 칫솔은 네 개이다. 이 칫솔통은 먼지가 묻지
않게 되어 있어서 참 위생적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닦아야겠다.

6월 25일 - 공부
6월달 수련장을 늦게 샀기 때문에 빨리 해야 한다. 그
래서 나는 일요일까지는 밀린 것을 다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문제를 풀었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어머니께서는
맛있는 것도 사 주시고 모르는 것을 잘 가르쳐 주시기도
한다.
공부를 할수록 더 할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 학년이 올
라갈수록 더 많이 해야 하니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겠다.

아주까리 그리움
신동삭

울 넘어 피어난
사르비아지

아주까리 키를 넘는
여름이라지

눈길
뽀송 뽀송이
그럴 마음은
영- 없듯이

언니
이 어리숙한
아주까리 그리움
어찌 달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