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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와 구름이 어둠과 떼로 몸 섞고 |
| 남태식 |
저 저 저것 좀 봐 이른 저녁에 혼미한 안개와 먹장구름이 우우우 오지
랖 넓은 바람을 등에 업고 흉한 어둠과 떼로 몸 섞고 몰려오잖아 단속기
를 피해 갓길로 슬몃 돌지도 않고 없는 길 새로 내지도 않고 내어준 적
없는 큰 길로 시원하게 뚫린 길만 잡아 당당하게 오잖아 어슴푸레 남아
시드는 초저녁 빛살마저 사정없이 밀치고 깊은 밤 자꾸 당기며 아닌 듯
바닷내음도 조금 강내음도 조금 산내음도 조금 바짓가랭이에 묻혀 무슨
구세군인 양 오잖아 성큼성큼 아직도 많이 이른 저녁에 안개와 구름과 어
둠이 떼로 몸 섞고 하늘과 땅 산과 바다 강과 마을의 경계 모두 지우며
밀며오잖아 저 저 저것 좀 봐 무지한 침략자 파쇼가 오잖아 떼로 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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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순 따기 |
| 권남근 - 경북 안동 대성국교 5년 |
어제는 콩밭에 순을 땄습니다. 연순이는 비료를 주고 정애
는 그 비료를 도트라지로 콩에서 떨어냈습니다. 순남이는 콩
죽은 데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엄마와 아부지는 감재를 캤습
니다. 나는 콩 순을 따야 하는데 모르고 그만 옆 가지를 다
따 버렸습니다.
니는 안 되겠다. 집에 가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 도트라지 : 명아주
감재 :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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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길 옆 오막살이 - 직지사 옆 전원 음식점에서 -
손정호
촛불 속에 바라보는 그대 모습
사슴처럼 아름다운 그대 곁에
오늘은 잠들고 싶어라
고향집 어머니 무릎 베개 삼아
놀다 지쳐 돌아온 아이처럼
황토 냄새 묻어나는
정겨운 이곳에서 그대 무릎 베고
오늘은
고향의 꿈을 꾸고 싶어라
곧게 뻗은 철로 끝으로
기차가 꼬리를 감추며 휘돌아 가고
우리는 나무꾼과 선녀처럼
오막살이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네
나무 한 짐 지게에 받쳐오면
냉수 한 그릇 받쳐들고
반가운 걸음으로 부엌을 나오는
당신의 눈웃음에 행복해 하며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도 없었네
우리는
구름 흘러가는 이 산마루에서
바람 머물다가는 이 고갯마루에서
당신 나밖에 모르고
난 당신밖에 모르며
우린 바보처럼 살아가며
바보처럼 사랑하는
순박한 사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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