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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의 家計 |
| 강정 |
오래 전 한가위 전야지요 동북진하는 태풍의 눈 마주보며 아버지, 목욕재
계하셨지요 잠든 식구들 사이 어느녘 옌네 품에선지 모를 살 냄새 날아 다녔
지요 마당 곳곳 덜 익은 감 구르는 소리 따라 천체가 몇 발짝 이동하고 길 건
너 대숲에서 죽은 달덩일 낳았다는 암코양이 울음, 잠든 어머니 굽은 허리를
감나무 가지 끝에 낮은 별자리로 펼쳤지요 된바람 감나무 가지마다 서릿발
뿌리면 벌거벗은 아버지, 흔들리는 신경 지펴 촛불 심으셨지요 들썩이는 바
다 검은 살갗이 벗겨졌지요 무슨 얼레 같은 소리뭉치가 마당 가득 쌓였다 풀
리고 춤추는 아버지, 긴 한숨 댓바가지로 올 풀리는 소리 새카맣게 얼리셨지
요 소리야, 네 몸 헤집지 마라, 네 눈 밝아 한가위 달빛 눈먼단다 소리야, 배라
묵을 소리의 늪아! 아버지, 우셨지요 씻은 손 껍질 벗겨진 겹주름 사이 불이랑
놓으며 둥글게 촛불 띄워 올렸지요 눈떠보면 할머니,또 눈뜨면 할머니의 할
머니, 뭉친 손 풀어 젖혀 왼갖 귀신 얼어붙은 마당 복판에 씨앗인 양 뿌렸지요
잠든 어머니 들썩들썩 자갈 깔린 마당 들쳐 입으며 눈뜨셨지요 길 잃은 까마
귄지 쑥국샌지 감나무 뿌리 흔들어 홍시 같은 햇덩이 띄워 박아 놓았지요 생
피 철철 흘리는 햇빛 어머니 이맛살 가득 피어오를 때, 한 열흘 비 퍼붓던 한
반도가 잘 삶은 빨래 마냥 팔락거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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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씻기 |
| 임성옥 - 안동 대성국교 5년 |
나는 어제 빨래를 하였다. 빨래를 하고 있으니까 오빠가
"이 신도 씻어라."고 하였다. 그래서 "야." 하고 내가 대답하
였다. 그리고 신에는 흙이 잔뜩 있었다.
신을 다 씻고 또 내 양말을 씻었다. 양말을 씻으니까 거품
이 내 얼굴에 튀어 갔다. 또 한 번 그랬다. 그리고 양말을 다
씻어서 빨랫줄에 널었다. 그리고 방 걸레도 씻었다. 방 걸레
에서는 구정물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엄마가 내가 걸레를 씻으니까 "너가 이것 다 씻었
나?"하고 칭찬하는 것같이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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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도 지금쯤 감꽃이 필까?
은서
감꽃.
그래 생각해 보니 네가 웃으면 너의 그 웃음소리에
감꽃이 와르르 떨어졌던 것 같다
오늘 우연히 길을 걷다가 소박하게 피어있는 감꽃을,
마음으로부터 한동안 멀어져 있던 감꽃을 본게 전부인데
나의 기억속 어디쯤에선가 멈추어서는 그 이후의
너에 대한 것은 도무지 아는것이 없는데...
그 순간에 나는 왜 너를 떠올렸을까?
감나무 아래서 작은 소쿠리에 가득하도록 감꽃을 줍고
감꽃을 하나하나 실에 궤어 목걸이를 만들며 놀던
추억때문에 그랬던걸까?
나는 하루종일 너의 환영속에 있었어
지금 이곳은 담장마다 빨간 넝쿨장미가 한창이고
여기저기 푸른 오월의 이야기들로 넘쳐난단다
기억속에서 한동안 멀어져 있던 감꽃도 수줍게 피어있고..
네가 있는 그곳에도 하얗게 밤새우며 감꽃이 필까?
너를 그렇게 보내고 삶이 그렇게 허망할 수도 있구나.
그렇구나...
많이 힘들고 오랫동안 네가 그리워서 아팠어
죽는일이 살아가는 일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나를 대신 할 수없을 만큼 소중한것이 나를 깨고 나온
핏줄이라는 것을....그때 알았어
얼마전에 시골에 갔다가 네가 남기고 간 너의 예쁜
딸을 만났어
서울로 올라 오려고 자동차를 돌리던 신작로
여자아이들 몇 명이 쉴새없이 종알거리며 지나가는데
난 왼쪽에서 두 번째 걸어가던 그 아이
적당하게 튀어나온 이마가 사랑스럽던
영리한 눈을 가진 그 아이가 바로 네가 가슴에 묻고
갈 수밖에 없었던 '민희'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지
너를 쏙 빼닮은 모습이 어린날 나와 함께 감꽃을 줍던
너를, 너를 보는것 같았어
말고 푸르게 잘 컸더구나...
아는 사람에게 하듯이 '안녕하세요..'하는데 난 내가
엄마친구란 말을 그애에게 말할 수 없었어..
네 생명을 담보로 태어난 그아이에게 엄마친구는
어쩌면 평생 그아이가 안고 살아야 할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순간에 했던것 같아..
서운하지 않지?
가끔, 아주 가끔이겟지만 잊지않고 찾아볼께
그러니까 너도 그곳에서 민희가 씩씩하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있도록 지켜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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