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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다 |
| 김진 |
1.
교회 석탑 위에 앉아 세상 아래를 바라보고 있던
천사의 시선이
온 방안을 굴러다니며 자는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천사는 눈빛으로 아이를 바로 눕혀 놓으면
아이는 다시 돌아눕고
다시 바로 눕혀 놓으면 또 돌아눕고
진회색 코트 차림의 천사는
아이 가까이 다가가 작은 손을 만져보고
자는 아이의 볼에 숨을 몰아 쉬어
겨드랑이가 가려운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하고
천사는 창 밖의 놀이터 어둠 속 그네에 앉아
흔들리며 푸른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2.
남편이 잠든 시간
천사는
함께 비디오 '델마와 루이스'를 보았습니다
3.
죽령 고개를 힘들게 넘는 늙어버린 자동차에 몸을 실은 수년 전만
해도 힘이 좋다고 감탄하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승차감 좋은
자동차를 타고 싶은 욕망을 봄 햇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햇살이
바위벽에 부딪쳐 부서집니다 부서지는 은빛 햇살 사이로 낯익은 얼굴
들 하나씩 푸른 바다로 흘러듭니다 지루한, 일주일째 늙은 차에만 실
려온 천사는 죽령 고개길보다 더 구부정하게 몸이 휘어져 돌아가 휜
몸을 펴기 위해 얼마나 더 몸이 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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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외 모종 옮기기 |
| 이성명 - 경북 성주 대성국교 6년 |
어제는 참외 모종 옮기기를 하였다. 나는 참외 모종에 물
을 주었다. 그리고 소를 몰고 가서 시죽을 먹이고 몰고 왔다.
또 나는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하였다. 섬들에 다 하고 실
물에 가서 참외 모종을 옮겼다. 그기에서 내 동생이 성이 나서
울었다. 왜냐하면 나는 물 주는데 내 동생은 비닐을 니루고 줄
을 댕기고, 내보다 더 힘이 든 일을 시키기 때문에 울었다.
나는 다시 물을 주었다. 그러니까 할머니가 빵을 사 오라
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가서 사 오고 빵을 먹고 나서 발동기
물을 주고 거지기를 덮으러 갔다.
나 혼자 덮고 있으니까 내 동생이 와서 같이 덮자고 하였
다. 나는 내 혼자 덮었다. 그리고 거지기가 없는 곳은 다른
집의 거를 빌려서 덮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숙제를 하였다. 그런데 숙제가 잘
안 되었다. 왜냐하면 일을 너무 해서다.
*시죽 : 쇠죽. 니루고 :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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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길
이영
머리가 자라있었다.
볼의 살은 더 빠져있었다.
눈밑의 검은 그늘이 짙어져있었다.
그의 손가락에는 은색의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지직거리는 소음을 내며 학교를 통과하는 넓다란 아스팔트 곳곳을 채운 스피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였지..
오, 꿈을 꾸네..
풀밭을 뒹구는 목소리다. 가방이 주룩하고 미끄러져서 다시 추스려 올려야만 했다. 갈색이 되어버린 그의 앞머리카락이 음악소리에 맞추어 흩어진다.
"오랜만.."
또 사라질 행복...
고개를 숙이다가 다시 가방이 미끄러져버리고 말았다. 이런.
그는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가방을 잡아주려는지 손을 내민다.
한발 물러나버렸다.
"잘 지내니?"
Delight....Delight in my heart...
스피커상태를 낫게 하던지, 노래를 틀지말던지 둘 중의 하나로 결정되었으면. 잡음이 섞인 노래가 귀에 거슬린다.
그는 내밀어진 손을 어색하게 집어넣으며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응. 오빠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지는 않을까. 노래는 계속 되고, 아스팔트를 가로지르며 사람들은 걷고 있었다. 느지막한 오후, 나른하고 따분한 오후의 정경들이 살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를, 그리고 내앞의 그를 스치고 있다.
"그럭저럭."
Oh~I need it-
시선을 돌리고 까만 머리카락 너머로 눈을 보내니, 저편끝에서 손을 흔들며 누군가가 뛰어오고 있다. 순한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지루한 오후를 깨는 손짓을 하고 있다.
"미희야아~ ~!!"
그는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하얀 손가락과 그 손가락을 빛나게 하는 반지.
Delight....Delight..in my heart...
가슴이 아려와 가방을 추스리며 한발 더 물러났다. 손짓을 하며 커다란 키를 휘청이며 달려오는 이에게 웃음을 지으며.
"...가봐."
"응. 오빠도."
느릿하지만 힘있는 발걸음이 내 심장을 짓누르고, 미희야아~를 외치는 이는 자꾸 자꾸 가까이 다가 오고 있다. 노래는 끝이나고, 나는 호흡을 멈춘다.
"참-저기."
돌아서고 말았다. 아스팔트를 디디고 있던 다리가 멈춘채 나를 향해 돌아선다. 갈색 머리카락, 햇살을 등진...그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건지도.
"행복해?"
숙이려는 것처럼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그는 주머니를 만지작 거린다. 또 다른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길을 걸었지...누군가 옆에 있다고...
"아마도."
나는 알아버렸네..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걸..
다시 세차게 돌아서는 몸짓. 햇살이 갈색 머리카락을 부시고, 나는 눈을 감는다.
"미희야! 많이 기다렸어?"
목을 휘감고 볼을 부비는 이의 음성이 따스한데, 왜 한기가 들까.
"아니."
"우리 어디 갈까?"
"아무 데나."
햇살 속에서 점 모양으로 부서져가는 뒷모습.
나는 놀라서 있던거지..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네..
내목을 휘감는 따뜻한 체온, 눈을 감는다. 그대로 잠이 들고 싶은 그 품안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 왜? 미희야, 왜 그래?"
행복해?
행복해?
아마도...
행복해, 수현이오빠?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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