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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모 |
| 권택명 |
신라 때 거찰 정혜사가 있었다는 옛터에
지금은 이끼 낀13층 석탑만
산기슭 어둠 속에 솟아 있는 곳
늦가을 비가 내리는 매운탕집에서
화장기 지워진 여자 동창생이
김수희의 '애모'를 부르고 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내게도 그렇게 자신이 작아 보이던 때가 있었지
수산고등학교를 나와
배를 타고 원양으로 나갔다
먼 바다에 실종되고 말았다는 풍문의
아이 같지 않게 태산이던
수석 졸업 중학 동창생
숱하게 작아지고 작아지며 걸어온 날들
시네마스코프처럼 펼치며
낯선 얼굴들이 돌아간다
소학교 때 해마다 소풍 와서
보물찾기를 하던 곳
이제는 속 빈 고목이 되어가는 송림을 거쳐
안개 자욱한 시골길을 따라
논밭으로 변해 버린 생가터를 지나온 저녁
이제는 저마다의 보물을 하나씩 찾아
보이지 않는 품 속에 보듬고 있을까
동안에서 초로의 얼굴까지
수십 년의 세월을 한꺼번에 건너뛴
사추기의 중학 동창생
아직도 애모는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새마을 지도자로
고향마을 동장을 하고 있는
남자 동창생이 마이크를 나눠 들고 있다
꽃물 같은 추억이 없는 나도
신파조로 따라 부르고 싶어진다
고향마을에 내리는 늦가을 비가
벗은 고목들까지
따뜻하게 적시고 있는 밤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그대로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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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냥한 언니 |
| 최창선 - 충북 음성 대장국교 6년 |
나는 우체국 문을 열고 들어섰다. 우체국에는 상냥하
게 보이는 언니가 웃고 있었다. 나는 편지를 내밀었다.
그러자 언니는 "네가 붙일래?" 하고 물었다.
나는 내가 붙인다고 하고 추워서 손을 비비고 서 있었
다. 그 언니는 내가 손 비비는 것을 보고 추우냐고 물었
다. 그러고는 내가 붙이겠다고 하고 언니가 붙였다.
나는 그 상냥한 언니가 좋았다. 모든 사람이 이 언니
처럼 상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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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번째. 김명인 "향나무 일기장" 하고 장성태의 "늦가을의 논둑에서"
자리 바뀌어서 배달 되었다는 것 금방 눈치채셨을까? 아닐까?...
그것은
오즈가 가을에 취해서?
아니 아니 ... 띨띨해서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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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