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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꽃빛 서천에 놀이나 좀 비낄까 |
| 고재종 |
알밤 다 쏟아버린 밤송이 같은
마음의 거처를 찾아
십일월의 억새밭에 든다.
이 쓸쓸한 봉두난발의 바람집에서
내 어쩌려고 고향을 느끼는 건
내 안에 든 행려나 남루 때문일 터,
먼 데서 아주 먼 데서
내 안으로 속삭여오는 바람은
시퍼런 초록으로 뻗치던 억새밭에
마른 울음이나 치고, 그 울음에
나도 뭔가 한없이 떨리는 게 있지만
내 몸의 새것들을 누더기로 만들고
나날의 새것들을 흙먼지로 만들고
비로소 눈이 보이는 나는
억새 속에 고개 떨군 귀신이 보인다.
어깨를 들썩이는 망나니를 쓸어댄다.
알밤 다 쏟아버린 밤송이 같은
마음의 거처에 누우면
훗날 거기 바람도 없이 억새도 없이
억새꽃빛 서천에 놀이나 좀 비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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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도 나무 하러 가야지 |
| 서미숙 - 전북 임실 갈담국교 4년 |
10월 24일
오늘 점심때 점심밥을 먹고 동생과 함께 산으로 나무
하러 갔다. 나무가 많아서 나는 금방 한 잘구를 긁었다.
그러고는 동생을 긁어 주었다. 동생은 너무나도 잘구를
큰 놈 가져와서 내가 큰 놈 잘구에 넣어 가고 동생은 작
은 잘구에 담아 주었다. 산 주인이 나무를 못하게 솔나무
를 끊어 놓았다. 그래도 나는 막 긁었다. 나는 두 잘구를
긁어 가지고 집으로 왔다. 나는 내일 또 가야겠다고 엄마
한테 말을 하니까 엄마가 또 히오랬다.
*히오랬다 : 해오랬다.
10월 25일
오늘도 학교 갔다 와서 왕춘이 동생하고 함께 다른 산
으로 나무 갔다. 왕춘이 동생은 풋나무 하고 나는 가리나
무를 했다. 나는 왕춘이 동생에게 잘구 좀 빌려 달랬다.
나는 한 잘구가 되어서 집으로 왔다. 좀 쉬고 있으니까 태
기가 가리나무를 하로 간다고 했다. 나도 다시 갔다. 나는
한 잘구를 하고 남은 것이 있었다. 잘구에다 가리나무를
싹 넣으니까 조금 또 남았다. 내일 가져와야겠다고 하면
서 집으로 왔다.
*풋나무 : 풀나무, 가리나무 : 솔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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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빠 닮은 널 보며
쓴사람 : 아라모 조회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다고 했던가!
고통으로 분만대에 오르며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소리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6시간의 고통을 참았다.
"딸이에요"하는 간호사의 말에 왜이리 눈물이 나는지...
내 딸아! 이십몇년이 지나면 나와 같은 분만의 고통을 느껴야
하는 너를 생각하니 서러웠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남들은 아들 못 낳아서 운다고 생각했다)
태변을 먹고 나온 넌 일주일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엄마의 초유는 꼭 먹여야 한다는 기초지식에
탱탱 불은 젖을 짜 젖병에 담아 시간 맞추어
간호사에게 전하고 꼭 먹여 달라 신신당부
나의 첫사랑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흥분과 감격을 반복하고
젖을 떼면서는 같이 울었다.
너는 젖달라고 울고,
엄마는 먹지도 않고 우는 네가 울다가 어떻게 될까봐서 울고
젖 떼려고 지독하게 참는 내가 미워서..
옹알거리고 뒤집어지고 기어다니고 아장아장 걷고
아베베 맘마하며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울고 웃기를 하다 보니 벌써 10년이 되었구나
고사리 같이 작은 손 이리저리 움직여 오리고 붙여
코끼리도 만들고 기린도 만들어 재미난 얘기도 해주더니
지금은 엄마의 묻는 말에도 건성건성하는 것이
아마도 네가 많이 자란 모양이다
적어진 말수가 다 엄마 탓이라고
이모에게 한소리 들어가면서도
엄마의 잔소리를 줄일 수 없음에
그것이 너를 사랑하는 한 방법이라고
엄마 스스로 위로를 한다.
딸아! 이해 할 수 없지
고단한 듯 새근거리며 자는
너의 머리 맡에 놓인 일기를 보며 마음이 아프다.
많은 조잘거림과 우정이 있어야 할 자리에
힘든 너의 일상이 널려 있어서....
칭찬 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음을 알면서도
칭찬과 다독임에 인색한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한다는
네 말이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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