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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
| 김철식 |
간밤에 내려 고인 빗물에
주름진 썩은 낙엽 몇 장이 떠 있다
아침이면 늘 나서는 길가에
문득 그 길로
가던 길을 벗어나
사홍리 등배에 오른다
곱사등이마냥 구름이 내려앉은 사이로
발걸음은 무슨 시늉을 좇는지
마음은 또 무슨 그늘에 가 있는지
너른 바위 위에 노인네 둘이 앉아 있다
말없는 손짓을 따라 옆에 가 앉으니
풍으로 고개조차 돌리기 힘든 여인네는
사내의 무릎에 손을 놓고 사내는
깊지 않은 산 아래로 시선을 놓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더는 묻지 않았다
문득
그늘에 가 있던 마음이
붙들 곳이 없어져
서둘러 몸을 일으킨다
어쩌다 오른 이 산길이
늘 나서던 아침 길과 다를 바 무어냐
눈먼 새마냥
온 길을 되돌아가는 하루,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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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주정 |
| 한영희 - 강원 사북국교 5년 |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가셨다.아버지는 밖에 나
가서 밤이 되어도 오시지 않았다. 혼자서 방을 닦고 숙
제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술이 잔뜩 취하셔서 오셨다.
나는 "아버지 어서 주무셔요." 하고 말했다.
아버지도 어머니께서 병원에 있으시는 것을 아시는지
"네 엄마는 죽었어! 빨리 병원에 가봐."하고 소리치셨
다.
나는 조금 전에 병원에 갔던 일이 있어서 "조금 전에
갔다 왔으니 어서 주무셔요."하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빨리 갔다 와!"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셨다.
나는 겁이 나서 병원에 간다고 하며 방을 뛰쳐나왔다.
그러나 이미 밤은 깊어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밖에 나와서 들으니 아버지는 혼자서 동네 아주머니들
에게 별의별 욕을 다 하시고 계셨다. 내가 밖에 나와 있
으니 아주머니가 영숙이 언니한테 가라고 하셨다. 그래
서 영숙이 언니에게로 갔다. 숙제도 다 못한 것을 언니
에게 이야기하자, 언니는 책가방과 숙제물을 가지고 오
라고 하였다.
언니와 함께 아버지에게로 갔다. 살금살금 도둑질하는
것처럼 방에 들어갔다. 내 눈에는 아버지가 악마같이 보
였고 악마같이 무서웠다. 내가 들어가자 아버지는 빨리
병원에 가라고 또 소리치셨다. 나는 가방을 가지고 병원
에 간다며 재빨리 책가방과 숙제물을 챙겼다.
아버지는 영숙이 언니를 보더니 "빨리 병원에 가!"
하시고 나서 흥얼흥얼 박자도 가사도 안 맞는 노래를 부
르셨다. 울기도 하고 염주를 외우기도 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니 속으로는 웃음조차 나왔다. 아버지는 꼭 바
보 같았다. 얼른 책가방과 숙제물을 가지고 뛰어나왔다.
숙제를 마친 뒤 일기를 쓰고 잠을 자려고 했다. 그러
나 아빠의 주정 생각이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꼭 홍역
앓는 기분이었다. 언니와 같이 밖에 가만히 나와서 보니
아버지는 우리 현관 문을 발로 집어 차고 난리였다. 아
버지께서 나를 보실까 봐 두려워서 얼른 방으로 들어갔
다.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을 하는가 깨달았다. 잠이 도무
지 오지 않아 책을 보았으나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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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늦가을밤
쓴사람 : 먹통
사그락 사락싸락 싸락별을 뿌리면서
어둠 베는 풀벌레 울음 圓舞를 추고 있다
절반은 꺽인 더듬이 시린 갈망 포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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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