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 김경주 |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던,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꺼내들고 어머니
볼에 따뜻한 순면을 문지르고 있다
한감이 촉촉하게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한 무늬였음을
오늘은 죄 많게 그 꽃무늬가 내 볼에 어린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 순간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던 것처럼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으리라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 송이 몇 점 다가와 곱게 물든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맑은 꽃물이 똑똑 떨어진다
눈덩이 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 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는다
|
|
|
 |
| 우리 어머니 |
| 이정순 - 대구 인지국교 6년 |
이 세상 천지를 뒤져 봐도 우리 어머니를 따라올 어머
니는 없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때 120만원 이나 지어 놓은 빚
을 갚았고, 오빠를 경북 기계공고라는 올해 새로 생긴
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자식 고등 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어머니는
여름이면 5,6원 더 받으려고 새벽 3,4시경이나 어떤 때
는 밤 10시에 나가서 이튿날 저녁에 들어오신다.
미나리 논은 보통 베기는 남자가 베고 씻기는 여자가
씻는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남자가 하는 일을 더 많
이 하신다. 남자가 하는 일은 돈을 더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봄에는 이 산 저 산으로 돌아다니며 산나물을
캐다 파신다. 이렇게 힘든 일, 어려운 일 가리지 않고
꿋꿋하게 해나가신다.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나도 어머니를 위
해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나는 지금 나대로 고
생하고 있다.
집에서 어머니께서 일터에 가시면 나는 새벽밥을 지어
오빠와 동생을 학교에 보내고, 나는 방 청소, 설거지,
연탄 갈기 등 아침 주부가 해야 하는 일을 깨끗하게 치
우고 학교에 나간다.
일요일이면 빨래를 하기에 바쁘다. 일주일 동안 벗은
빨래이기 때문이다.
집안의 설거지, 밥, 빨래, 방 청소 등 여러가지 내가
할 수 있는 잔일은 무엇이든지 다 맡아 하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나 없으면 못 산다고 하시며 동
생보다 돈을 더 많이 주신다. 또한 동네 사람들도 마찬
가지로 나만 보면 고생한다고 하시며, 사람마다 한마디
씩 아끼지 않고 칭찬을 주신다.
우리들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고생하시는 우리 어머
니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나의 작은 힘이나마 정성
을 다해 어머니를 도와 드리고 더욱 잘 모시겠다.
|
|
|
고향 앞으로 갓~ 히힛~ 시골집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고 계실까요. "하이구 야는 봐라. 내가 무씬 촌할마시인 줄 아나. 그키 우중충한 걸 우예 입으라꼬....우리시어머니 연세는 76. 야야~ 그거는 진짜 할마시 그치 보여서 나는 안 입을란다 ~ ...자...자... 요번 추석에는 우리모두 어머니의 옷장을 뒤지자구요. 누리끼리 하고 칙칙한 옷들일랑 없애 버리고 귀엽고 깜찍하고 나불나불한...꽃무늬를 입고선 ... 햇볕 밝은 곳에서 ...김치이~ ... 찰칵 ....
|
|
| |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