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빈 집 |
| 김동열 |
영동선 타고 집에 갈 때면
석포 지나 강원도가 건너다보이는
산비탈 그 어디쯤
녹슨 함석지붕 그 집 마루에는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가
저녁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네.
대구 수성구에는
서른 두 평 아파트 한 채에
프리미엄만 오천만 원이라는데,
오랜만에 영동선 타고 고향 가는 길
산비탈 그 집 마루엔
바람이 혼자 쉬네.
안방, 웃방, 송아지 울던 외양간까지
다시 오마 손가락 걸듯
자물쇠는 걸렸는데
석양에, 굽은 등 꼿꼿이 펴고
오래오래 늦은 오후를 지키던
금슬 좋은 노인 내외는
열차 유리창 닦아내고
다시 보아도, 보아도 없네.
|
|
|
 |
| 빚 |
| 강애숙 - 경북 봉화 서벽국교 6년 |
우리 집은 빚을 많이 졌다. 왜 빚을 졌냐면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 학교를 시키느라고 돈이 많
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배워야 된다고 하
시면서 아들은 대학교까지 보내고 여자는 고등학교까지
보낸다고 하신다. 모두 이렇게 보내려니까 돈이 많이 들어
서 농협에서 돈을 빌려 우리들이 공부하는 데 쓰이는 학
비에 보탠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농협에서 통
지서가 왔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통지서를 보시고 얼
굴을 찌푸리며 말씀하셨다.
"농협 돈 쓰면 이자 싸다고 돈 내 썼더니 하마 또 갚으
라네. 또 어디서 돈 내 갚노?"하시며 한숨을 쉬셨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우리들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께서
빚을 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통지서에는 기간이 12월 19일까지라고 씌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그 기간 안에 돈을 안 갚으면 벌금을 물어
야 한다고 말씀 하시면서 걱정을 하셨다.
그 날 저녁 아버지께서는 어머니보고, 아무래도 우리
집 땅을 팔아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정
안 되면 그렇게라도 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며 한숨을 쉬셨
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빚이 남의 집 땅까지 팔게 하는 아
주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어
머니 아버지 말씀을 잘 들어서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였다.
|
|
|
제목 : 가꾸어가는 사랑
쓴사람 : 깨비
모두들 아름답다고 말할때
그게 아름다움 인줄은 몰랐습니다
가꾸어가는 사랑을두고 듣기 좋으라고
말하는 표현의 방법인줄 알았지만
그게 아름다움 인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세월이흘러 잔주름이 보이고 흰머리가
삐죽이 내밀때 쯤에서야 조금씩 느껴집니다
지금은 백발이 되어버린 당신의 머릿결을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쓰다듬어 보지만
다시 되돌릴수 없는 忍苦의 세월로만 기억될뿐
아무런 조치도 할수없습니다
느즈막이 당신만의 사랑을 채 거둘어들일
사이도없이 황혼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마지막 보살핌을 당신의 힘으로 할수없을 지경에서야
겨우 몸뚱아리만 자식들에게 맡기시고
홀로 긴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시고 계십니다
누구도 알수없는 자신조차도 차마 기억해내기 힘든
수많은 어려움들을 외마디 하소연 까지도 감추려 하시면서
끝까지 당신의 몫으로 남겨시려 합니다
이제 그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랑앞에 복받쳐오는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당신의 숭고하신 사랑을 세상의 이름 앞에 고하여
그 죄를 조금이나마 사하고자 하지만 아직은 준비조차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부터 차근히 한순간 한순간들을 추스리고 바로세워
제대로 만든 아름다운 사랑을 가꾸겠습니다
당신의 사랑앞에 머리를 숙입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