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神의 방

김선우

이런 돼지가 살았다지요 반들거리는 검은 털에 날렵한 주동
이를 가진. 유난히 흙의 온기를 좋아하여 흙이랑 노는 일을 제
일로 즐거워했다는군요 기른다는 것이 실은 서로 길드는 것이
어서 이 지방 사람들은 통시라는 거처를 마련했다지요 인간의
배변 장소와 돼지 우리가 함께 있는 아주 재미난 방인 셈인데
요 지붕을 덮지 않은 널찍한 호를 파고 지푸라기 조금 깔아 준
방 안에서 이 짐승은 눈비 맞고 흙과 똥과 뒹굴면서 비바람 햇
볕을 고스란히 살 속에 아로새기게 되었다는데요 음식물 찌꺼
기며 설거지 물까지 버릴 것 없이 모아 둔 큰 독 속에서 한때
빛나던 것들이 제 힘으로 다시 빛날 때 발효한 이 먹이를 돼지
가 먹고 돼지의 배설물은 보리밭 거름으로 이쁜 보리들을 길
렀다는데요 그래도 이 짐승의 주식이 사람의 똥이었던 것은
생명은 생명에게 공양되는 법이라 행여 남아 있을 산 것들의
온기가 더럽고 하찮은 것으로 취급될까 두려운 때문이 아니었
는지 몰라

나라의 높은 분이 보기에 미개하여 시멘트 네 포대씩 무상
지급한 때가 있었다는데요 문명국의 지표인 변소를 개량하라
다그쳤다는데요 흔적이나마 통시가 아직 남아 내 몸 속의 방
을 향해 손 내밀어 주는 것은, 똥누고 먹는 일이 한가지로 행
해지는 그곳을 신이 거주하는 장소라 여긴 하늘 가까운 섬사
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옥상

김미영 - 서울 용동 초등 2학년

외할머니댁 옥상에 올라가보니 많은
야채들이 심어져 있었다. 상추 실파
시금치 호박 가지 고추들이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뽑아서 우리
들에게 주셨다. 싱싱하고 무공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맛있게 보였다.

제목 : 날아라 병아리.
쓴사람 : 빛나리 (스물 몇살의 꽃같은 아가씨 )

며칠전 꿈에 전에 살던 집에서 키우던 병아리가 나타났다.
병아리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내 실수로 떠나보낸 그 병아리가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걸리고 있다. 가끔씩 가다 생각 하던게 기어이 꿈에도 나타난 것이다.

고2때 토요일이라 학교를 일찍 파하고 집으로 가보니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막내동생이 학교 앞에서 사왔다며 병아리 1마리를 자랑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금방 죽을 거 뭐하려고 사왔어?' 하고 핀잔을 주었다.
몇번 키워보았었지만 다 이틀을 못넘기고 마당 화단에 묻혔기 때문이었다.
막내는 병아리가 마냥 신기한 듯 손에서 병아리를 놓지 못했다. 하긴 그애가
밥을 먹지도 않고 병아리만 돌보았으니 말이다.

이틀을 넘기지 못했던 다른 병아리들과는 달리 웬걸? 이번 병아리는 씩씩하니 잘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막내는 그것보라고 자기가 사왔으니까 잘 자랄꺼라고 내 앞에서 으시대고....나도 병아리를 싫어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날로 부터 나도 병아리 한마리를 키우는 것을 내 일로 하고 키우기에 힘을 합쳤다.

맨 처음 먹이로는 쌀을 주었는데 너무 커서 좁쌀로 바꿔주고 자주 주었다.
그런데, 내주위에 돌아다니던 벌레를 압사(?)시키고 싸버릴려는데 병아리가 어느틈엔가 달려와 덥석 부리로 쪼아 먹는 것이 아닌가?
벌레를 좁쌀이나 쌀보다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안 막내와 나는 벌레잡기에 아예
나섰다. 화단에 감나무가 2그루나 있어 파리가 좀 있었는데 그날부터 잡아 먹이로 주었던 파리만 해도 수십마리는 족히 될 것 같았다.

2주 반 정도가 훨 지나고 나니 맨 처음 사왔을 당시 막내 주먹만 했던 병아리는 내 두주먹을 포개놓은 것만 하면서 몸집이 커졌다. 항상 방의 상자에서 더우랴 추우랴 하고 애지중지 키웠으니 그 공이 병아리의 몸집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며칠이 지난후 병아리를 이제 마당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아직은 안된다고 걱정하는 막내를 밀치고 마당에 풀어두었다. 밤이 되면 바닥에 신문지 몇장에 큰 물통을 엎어두었고...여기서 나의 실수....가 시작된 것이었다.

병아리가 잘 큰것만을 생각을 했지 병아리를 넘보던 고양이들을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그날도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신문지 위에 병아리를 두고 막내와 "병아리!! 오늘도 잘 살았네~내일보자!" 하고 인사아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올려는데 병아리가 숨을 더 편히 쉬어야 한다며 내가 물통을 돌로 괴어 열어두었다. 무심결에 한 행동이 화를 불러올 줄이야....

난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잠이 든다. 그런데 그날 한밤중에 느닷없이 자다가 눈이 바로 떠지는 것이다. 원래가 다들 자다 눈을 뜨면 눈을 비벼야 하고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 깰때는 내가 잠을 자고 있지 않았던것
처럼 눈이 번쩍 트이는 것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돌아누울려는데..
밖에서 '삐약!' 하는 병아리의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바로 뛰쳐나갔더라면 그 상황이 어찌 되었을련지 모르지만 난 그저 병아리가 잠을 자지 않는다고만 생각하고 나가보지 않았다. 바보같이.....

아침에 일어나니 울듯한 표정의 동생과 텅빈 물통안..찢겨진 신문 쪼가리..
막내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에게는 절대 대들면 안된다는 생각이었는지 그저 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만 쳐다보고 있었다.
막내의 눈빛도 나의 마음을 찔렀지만 더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건 지난밤에 병아리의 외마디 소리였다. 식구들 중에 그 소리를 나뿐이 듣지 못했던 것이다.

허탈했다. 지금까지의 병아리들은 그래도 화단에 묻어줄 수 있었지만 이번 병아리는 찢긴 신문지 몇장 뿐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누나가 잘못했다고 동생을 달래고 모든걸 병아리를 키우지 않았을 때처럼 제자리로 다 돌려두는데 눈물이 흘렀다. 지난밤에 뛰쳐나가지 못했던 바보같은
주인을 용서해주라고...정말 미안하다고....

며칠전의 꿈에선 나와 우리막내, 그리고 그 병아리가 있는데 마당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거기에선 나도 우리막내도 웃고 있었다.
병아리는 뛰어다니다 못해 날아다니는 것 처럼 보여졌었다.
그래..꿈에서라도 그렇게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모습만을 보여주길 바란다.
좋은 모습만이 기억되도록...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