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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仙巖寺) |
| 고형렬 |
그곳에 가면 셋이시면서 혼자이신 분이
단연 방문을 닫아놓으시고 고요히 계십니다.
한 분은 오른편 한 분은 왼편에 계신데.
어느 한 분도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으십니다.
그래서 혼자이시면서 셋으로 계신가 봅니다.
변함이 변함 없어 세상이 무료하지 않아
구멍이 없으면서 온몸으로 숨을 쉬시면서
남해를 숨긴 산을 내다보시고 턱. 앉아 계십니다.
한 세월 더 넘게 셋이 방문을 내다보시며
말 한마디 나눔이 없이 아침저녁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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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형 |
| 홍의용 - 서울 송정국교 6년 |
오늘도 여느 때처럼 육교를 건너서 내려가는데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 내려오다가 어떤 형을 보았다. 층층대에
기대 앉아 어떤 상자 속의 종이로 비행기, 배, 모자 등을
만들며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었다.
울며 말하는 말씨를 보아 서울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누더기 옷과 밑창이 없는 고무신을 보니 도와 주고 싶고
기운 내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 형 주위에는 어린아이들이 둘러앉아 형이 통곡을 하
며 말하는 것을, 마치 개가 멍멍거리지 않고 야옹거리는
듯이 신기해하였다.
나는 집에 오면서 깊이 생각을 했다.
'어째서 저런 처지에 있게 되었을까? 왜 도와주는 사
람은 없고 놀리거나 모른 체하고 지나가는 걸까?'
식당 주인이 심부름꾼으로 데리고 가서 키울 수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엔 인심이 사라져 가는것
만 같았다.
다음날 방과 후에 육교를 건넜다. 물론 그 형을 생각했
다, 그러면서 층층대를 보니 형이 없었다. 나는 어제의 그
일을 회상하며 그 형이 앉아서 울던 자리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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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년전 가을이 끝날 무렵. 모악산 금산사 미륵전에서 세분의 금박 부처님을 만났을 때의 그감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쩌렁 가슴을 울리던 그날의 그느낌 때문에 그후로 몇번 더 그곳에 갔었지만 시간에 쫓겨 돌아오곤 했었습니다. 깊은 가을. 그곳에서 하루쯤 묵었으면 하는 오랜 소망이 가슴에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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