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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집에서 |
| 권이영 |
튤립과 눈이 맞아 들어가서는
샐비어로 발길을 돌렸다가
베고니아를 건드렸다가
개양귀비를 흥분시켜 놓고
히야신스로 흥정을 옮기면서
이 꽃 저 꽃 시새움만 시켜놓는
아내의 변덕이 밉다
아까운 일요일은 흘러가는데
마아거릿 한 목판을 끌어내놓고
값을 깎고 또 깎는
아내의 그 버릇이 밉다 밉다
처음부터 제값 불러 버티지 않고
오백원 선심쓰는 꽃집 여자 속셈도
밉다 밉다
눈부신 하늘이 내려다보는 데서
꽃값을 자꾸자꾸 깎는 일은
하느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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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 |
| 이병기 - 봉화 서벽국교 6년 |
올해는 해보지도 않은 매상 강낭을 두 봉지나 심었다. 나
는 그 옥수수가 빨리 안 컸으면 싶었다. 옥수수가 빨리 크면
밤낮으로 팔 아프게 까기 때문이다. 그 말을 해서 그런지 옥
수수는 내 키만큼 컸다.
그 많은 옥수수를 다 깔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였다.
일주일이 지나자 아버지는 옥수수를 빈다고 하셨다. 그래
서 나는 엄마한테 "옥수수를 팔면 안 되는가?"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별소리를 다 한다."하며 대답하였다.
아버지는 아침을 잡수시고 한 리어카. 점심 잡수시고 한
리어카, 아버지는 자꾸 이렇게 하시다가 사람을 구했다. 옥
수수를 밭에다 따 놓고 경운기에다 실어 집으로 옮겼다, 마
당은 온통 옥수수 밭이 되었다. 하나 둘 묶어서 대추나무, 추
자나무, 온 사방 걸었다.
그리고 다 마른 뒤에 밤마다 한 포대씩 가져와서 깠다. 나
는 팔도 아프고 손도 아프는 동 알았는데 하나도 안 아팠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쉬웠다. 그러다가 엄마 친구들이 와서 까
주고 이야기도 하고 놀았다. 열한 시만 되면 집으로 다 갔다.
다 가고 난 뒤에 엄마하고 나하고 늘 옥수수를 문 쪽으로 쓸
어 무지고 담요 펴 놓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옥수수를 포대에 쓸어 담았다. 쓸어 담은
것은 사랑방으로 옮겼다. 몇 주일이 지나자 엄마 친구들은
우리 집에 안 왔다. 한 포대가 남은 것은 아버지하고 엄마하
고 나하고 경주도 해 가며 갔다.
*아프는 동 : 아플 줄, 쓸어 무지고 : 쓸어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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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십구년에 열두번째 싸고 푸는 이삿짐
비가 계속 내려서 눅눅함과 함께 집안 곳곳에는 빨래들이 넘쳐 납니다.
지난번 이사때는 딸아이 친구들이 밤을 세우더니
이번에는 아들친구들이 밤을 세우러 왔습니다.
쿵탕 쿵탕 키득키득.....아이들은 누구나 다 참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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