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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기도 |
| 김현숙 |
지난 겨울에 놓쳤던 묵은 감자 한 알
온몸에서 싹터오른 목숨을 보았습니다
유리잔 가득 물을 채우고
오래 목마른 그 삶을 도왔습니다
드디어 은실뿌리 물에 내린
신기한 새벽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저 밖의 장마비처럼
주여, 제겐 눈물이 계속됩니다
팔순의 어머님과 병상의 친구 생각에
책상에 앉은 아들의 여윈 팔 때문에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장마 속에 불쑥 떠오른 별 하나
맑은 눈빛 때문에
가슴을 치고 가는 세상의 흐린 모습 땜에도
나는 문득 문득 심신이 아리고
밤에는 곧잘 잠을 설칩니다
저희들은 모두
빛과 하늘과 공기를 향해 앉은
묵은 감자 한 톨과 같습니다
어디서 뒹굴더라도
무엇에 가리워 있더라도
어느 것에 못박혀 있더라도
크신 그 사랑 안에 있습니다
저의 서툰 새벽기도가
저희들의 어리석은 잠을 깨우고
주님을 통해
하늘에 이르도록 도와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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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 |
| 이상세 - 충북 중원 덕신국교 6년 |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따개 밭에 가서 호박을
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따개 밭에 갔다.
호박을 자전거에 싣고 하늘을 보니 깜깜했다. 밭이 산이
있는 가운데 있고 산에는 산소가 있어서 겁이 났다. 빨리 가
자는 생각에 대충 점매서 조그만 길을 따라 내려왔다.
중간쯤 내려왔는데 갑자기 끈이 끊어지더니 호박이 다 달
아나고 자전거가 넘어져서 나도 넘어졌다. 다시 호박을 주워
담아서 자루를 자전거 위에 놓았다. 끈이 다 삭아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한 손으로 호박 자루를 잡고 끌고서 집
까지 간신히 왔다.
자루를 마루에 놓고 마루에 앉아 생각하니 힘은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점매서 : 잡아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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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결정 해야 할 때. 혼자는 겁이 나서
이럴때 아부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 보는게 버릇이다.
"느그 아부지는 그넘의 호박 그기 아까버서 산책 갈 때마다
구경만 하고는 따지도 못하고 이래 만져보고 저래 만져보고
그라다가 맨날 빈손으로 그냥 온다. 고마 똑 따지 말라꼬 그카는지
모리겠따." 하얀 와이셔츠에 노타이 차림의 아버지는
자전거 뒷자리에 나를 태우시고는
"인제 아부지 씨잉씽 달린대이 꼬옥 잡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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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