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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의 전쟁.2 - 민들레 화분 |
| 노혜경 |
봄이 다 가도록 장터 귀퉁이에는 팔리지 않은 화분, 아직 꽃을 피우
기 전이다. 험하게 늙어 커다래진 엄마의 손아귀만한 민들레 화분엔
아직 꽃이 피기 전이다.
늙은 엄마는 봄이 다 가도록 장터 귀퉁이에 앉아, 물끄러미 물끄러
미 기다린다. 골목 귀퉁이를 돌아나올 어떤 손을. 장사꾼들이 좌판을
무시로 걷어차며 지나다녀 화분은 오래 아프다. 꽃을 피울 수가 없다.
나날이 망가져 가는 화분을 엄마는 품에 안겨 죽은 자식처럼 키운다.
너무 오래 기다린 끝에 엄마의 엉덩이에서 실뿌리들이 자라고, 마
침내 화분에 달랑 들어앉았다. 어느날 아침 덩그마니 화분만 남았을
때, 그 화분의 노오란 꽃대궁이가 꽃보다 먼저 엄마의 하얀 수염이 되
는 것을 본 장터의 뜨내기들은 아무도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수 없다
는 것을 안다. 그들은 늙은 엄마가 캄캄한 침묵을 견디며 햇빛 아래
나앉았던 자리에 장막을 치고 팻말을 걸어둔다. '머물러라!'
여기는 아득한 땅밑 숨어 있는 고요한 동굴까지 민들레는 그 길다
란 머리채를 촉수처럼 뻗치고 아득대며 검은 길을 기어가고 있다. 이
작은 화분이 뿌리내린 자리는, 엄마의 무덤은, 온갖 발들이 지나는 장
터 큰길가에, 많은 손주를 거느린 호호할머니의 속치마처럼 활짝 날
개를 편다. 민들레, 그 자리에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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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적 덮기와 걷기 |
| 이윤숙 - 경북 성주 대서국교 6년 |
우리는 참외를 많이 한다. 노지와 하우스 재배를 하는데
노지도 덮기와 걷기가 싫지만 하우스 재배에서 기르는 것은
하기가 더욱 싫다. 걷기는 일요일 아침마다 하지만 덮기는
매일 하기 때문에 걷기는 좀 하고 싶으나 덮기는 왜 그런지
싫다.
수옥이네는 참외를 하지 않아 수옥이는 덮고 싶다고 한다.
한 번도 안 했는 아이는 덮고 싶은가 보다.
하우스 재배의 것은 비닐을 당겨 놓고 허리를 굽혀서 덮
어야 한다. 왜냐하면 안구석에서 덮기 때문이다.
거적을 덮기 싫을 때는 참외를 한다고 짜증을 낸다. 그렇
지만 여름에 참외를 딸 때에만은 즐겁다.
우리 마을에 참외를 안하는 집도 있으나 하는 집이 더욱
많다. 거적을 덮을 때 뱀이 거적 밑에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거적을 덮을 때 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면 거적을 덮기
가 더 싫어진다.
우리도 참외를 조금만 해 거적을 많이 덮지 않았으면 좋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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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여름 아침.
시외버스를 타고 성주군 월항면에 내렸지요.
난생 처음 가본 곳에서 친구이름 석자를 물으며 논둑 밭둑 들판 산
하루종일 굶고 헤매다 해질녘 간신히 버스비를 구해
집으로 돌아 왔지요. 무모했던 시절.
되돌아보려니 반항과 투쟁으로 얼룩진 세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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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