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다시 봄이 왔다 |
| 이성복 |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히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류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둥에도 푸른 싹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가 보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
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 듯이 비틀었는가 나도 안
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 항시 우리
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
었다
흔들리며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오르고 싶었다 세차장 고무 호스의 길길이 날뛰는 물줄
기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며 아우성치며 울고 불고 머리칼 쥐
어뜯고 몸부림치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
월, 풀잎 아래 엎드려 숨 죽이면 가슴엔 윤기나는 석탄층이
깊었다
|
|
|
 |
| 나물 뜯기 |
| 박영분 - 경북 상주 공검국교 2년 |
학교에 갔다 와서 내 동생하고 나하고 나물을 뜯기 시작
하였습니다. 그래 종대래미를 내 동생또로 가지고 댕기라 하
고 그래 나물을 뜯응께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 한 종대래미를 채와 가지고 와서 엄마, 다 뜯었어 하
니까 손 시린데 방에 들가 그카길래 나는 방에 들가서 손을
녹하 가지고 내 동생한테 나물을 씨 가지고 오까 하니까 니
가 씨만 옳기 씻겠나 합니다. 그래 내가 있다가 옳기 씨여 항
깨 그만 가서 씨라 합니다, 그래 내가 동생하고 씨로 갔습
니다.
그래 가서 한참 씻탄깨 내 동생하고 나하고 손이 시리서
한 번 씻고 손을 호호 불고 또 한 번 씻고 호호 불고 손이 막
달아는 것 같애서 아구 추와라 아구 추와라 하면서 있당
깨, 어머니가 와서 빨리 저녁 먹어라고 해서 집에 와서 저녁
을 먹고 일기를 써 놓고 놀았습니다.
*종대래미 : 종대래끼. '작은 다래끼'란 뜻.
다래끼는 대나 싸리를 엮어 만든 아가리가 작은 바구니.
동생또로 : 동생더러. 들가 : 들어가. 녹하 :녹여. 씨 : 씻어
|
|
|
달래 냉이 쑥 취나물
오즈동네 과수원이며 밭둑이며 나물들이 지천인데
마녀는 나물을 캐러 다니지 못합니다
뜯고나서 아줌니들한테 검사 맡아보면
먹을 것 보다 못 먹을 것이 더 많아서지요
금천땅에서 상주는 가까운 곳이라
오일장 구경 하러 가끔 갑니다.
사투리의 정겨움. 저도 사투리 써 보려 하는데
여기저기 말이 뒤섞여 요상시런 말투가 되었뿌렀습니다
나물 캐고 사랑도 캐고
좋은 봄날에 룰루랄라 ..
|
|
| |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