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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 |
| 송수권 |
아내의 장독대를 보면 큰 항아리 작은 항아리
그 곁에 쭈그리고 앉아 슬픔을 처바른 항아리가 되고
싶어진다.
크고 작은 항아리들 손아랫 고만고만한 이름 지을 수 없는
오지그릇들
우리 집의 이름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뜨거운 정에 한참을 겨워 이것들을 들여다보고 서 있으면
뿔 달린 약탕관도 하나 귀 갈린 스푼도 두어 낱
문득 동녹 끼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웃대웃대의 산소가
떠오르고
헐거운 봉분 위에 지척 없이 눈이 쌓인다.
귀 기울이면 안방 마루에서 스며나오는 불빛들과 불빛속에
달그락거리는 스푼 소리 스푼 소리
저들 중 누구 하나라도 이 땅의 망나니가 되고 무당패가
될지언정
시를 쓰는 시인은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소대장처럼 비뚜루 철모를 쓰고 차렷 열중쉬엇
24 시간을 긴장긴장 끝에 저 배불뚝이 키 큰 항아리처럼
온몸에 된장을 처바르고 돈 몇 푼 얻으러 악을악을 쓰며
가는
슬픈 가장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아내의 장독대를 지나다 보면 죄도 미움도 부끄러
움도 없는데
내 가슴 속에선 웬일인지 자꾸만 장독대가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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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
| 서봉원 - 경북봉화 서벽국교 3년 |
우리 집에는 소가 두 마리 있다,
두 마리 다 황소인데 한 마리는 아주 차분하고 한 마리는
아무데나 막 뛴다. 아무데나 막 뛰는 소는 똥도 아무데나 눈
다, 그러면 차분한 소는 똥투성이가 된다. 아무데나 막 뛰는
소는 쇠죽을 먹을 때도 자꾸 흘리면서 먹기 때문에 살도 많
이 찌지 않았다. 차분한 소는 흘리지도 않고 먹으니까 살도
많이 쪘다.
나는 차분한 소가 더 좋다. 아무데나 막 뛰고 쇠죽을 먹을
때도 흘리는 소는 나쁘다.
* 아무데나 : 아무데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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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마녀를 가만 분석해 보니
장독간도 항아리 하나도 건사 하지 못해
슬픔을 처바르지는 않지만.
아무데서나 칠락팔락 마구 날뛰고
그치만 밥 먹을때는 흘리지를 않아서 이렇게 살이 찌나 보다
아~ 아~ 이제 부터는 밥 먹을때 조차 마구 나부대면서
칠칠맞게 흘리고 먹어 볼 일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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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