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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볕 |
| 류숙 |
어제는 뒤곁 배나무 아래를 서성이다 그 아래 또아리 틀고 있는 누
런 구렁이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자다가 이게 웬 떡이냐 낼름 빈 항아
리에 잡아넣고 뚜껑을 닫았습니다 한여름 아주 잘 지냈는지 등줄기 휘
멀겋게 피둥피둥 살찐 놈이었습니다 내친김에 배나무 아래 구덩이 파
서 깊이 묻고 방에 들어와 누워 있자니 슬그머니 항아리 안의 구렁이
가 궁금하여졌습니다 여름 내내 저 구렁이가 먹어온 향내나는 과일이
나 별빛들 이슬들 항아리 안에서 어떤 향기로운 술이 되어갈까 다가올
영하 40도 50도 꽝꽝 언 얼음 속에서 구렁이의 몸뚱이 어떤 빛깔로 변
하여 갈까 보고싶어졌습니다 한밤중에 배나무 아래로 나가 보았습니다
혹 구렁이의 기척이라도 들릴까 흙에 귀를 대었습니다 그래도 미심쩍
어 항아리 안으로 손을 넣어 보았습니다 순간 구렁이가 내 손을 물었
습니다 내가 저를 잡아 넣을 때 그러했듯 이왕이면 같이 한번 어떤 술
이든 되어보자고 항아리 안으로 잡아 끌었습니다 틈나면 한 번 와보십
시오 저는 지금 항아리 속으로 깊숙이 뿌리 뻗고 내년쯤 어떤 술단지
를 가지 끝마다 매달까 조용히 생각하고 있는 빈 배나무 한 그루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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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배달 |
| 전성열 - 강원 사북국교 6년 |
신문대가 오르고 난 뒤부터 신문 배달이 두렵다. 저녁
에는 문을 안 잠그기에 문을 열고 넣어 주면 되는 것도
문틈으로 넣고 도망을 간다. 도망을 가는 것은 내가 도둑
인 것만 같다. 우리 나라는 모든 것이 왜 이렇게 잘 오르
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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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제 누군가에게
"요새 마음 상그라운 일이 있어서요!" 했더니
"대체 경상도 말로 상그랍다 가 무슨 뜻이지요?"
상그랍다 ..
이런저런 일로 마음 어지러워 갈피를 잡지 못하다..헤헤..
오늘 오후 어느분께서
며칠째 메일링이 오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 오셨어요
아흑~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 합니다!
머리 콕콕 몇번 쥐어박고 반성 했지마는
언제 또 빼먹을지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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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