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그렇게, 휘황한 당신의 왕국에도
심재상            

한꺼번에 몰려드는 들판의 까마귀떼처럼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오후 두 시의 졸음처럼 당신의 나라에도 캄캄하게 눈 퍼부었으면
좋겠습니다. 끄덕이며 웅얼거리며 조금씩 잠 속으로 가라앉는 순
하디순한 몸뚱이처럼 당신의 나라에도 한 나흘 혼곤하게 눈 퍼부
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황홀한 잦아듦의 자궁 어디쯤 북극의 백
야처럼 어슴푸레한 저녁 어디뜸에서 탯줄이 끊어지듯 문득 차 소
리가 끊어지고 차도가 끊어지고 졸지에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끊
어지고 펄펄 끓던 텔레비전과 지글대던 전화가 싹싹하게 다 끊어
지고 난 다음에도 도무지 들어올릴 수 없는 묵직한 눈꺼풀처럼
고요하게 함박눈 퍼부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성처럼 꼼지락대는
당신의 미지근한 조바심과 버릇처럼 뒤척이는 당신의 객쩍은 불
면을 그렇게 한 사흘 흠씬 덮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문득
온갖 달뜬 생각들 시리게 끊어져버린 아침이 화아하게 열려서 아
무 생각도 할 수 없는 환한 몸뚱이들이 이리저리 미친 강아지처
럼 내달리는 곤죽의 겨울 들판이 당신의 나라에도 정말 더도 말
고 정말 딱 한 번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자혜 - 전북 군산부속 3학년            

우리 가족이 공원에 갔다. 우리 동생은 유모차를 타고 갔
다. 공원에서 엄마와 눈이 쌓인 곳에서 눈 자국을 찍었다.
엄마는 발자국으로 이리저리 돌며 꽃을 만들고, 나는 장갑
을 끼고 옆으로 다니는 꽃게를 만들었다.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너무 시렸다. 그리고 장갑이 축축했다.
우리 아빠는 말없이 눈을 맞으며 유모차를 조용히 끌고
계셨다. 동생은 유모차에 누워 콜콜 잠을 자고 있었다.
산에 눈이 쌓여서 산이 하얀했다.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나무에도 눈이 쌓였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나무에 쌓인 눈이 내려와서 우리 가족은 눈사람이 되어 버
렸다.

199.1.13.

* 가족 : '식구'가 깨끗한 우리말이다


몇 달만에 시를 읽고 시 한편 옮겨 쓰는데 오타가 많이 납니다. 한 해를 보내며 무엇을 했던가 생각해 보고 새로 시작하는 삼백예순날 동안은 뭘 하고 어찌 보낼까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사는 일이란 늘 그저 그럴수도 있고 달리 사는 듯 보여도 되돌아 보면 또한 그것이 그것 같은. 그렇지만 늘 다른 하루하루. 오즈홈 식구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가득 가득 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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