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처서 지나 백로
이인원            

너 아니면 죽을 것처럼
그것 아니면 못 살 것처럼
오매불망하던 일들은 한갓
모터로 작동되는 미지근한 바람에 불과했던 것일까
겨우 손바닥만한 갈망 하나로
성급하게 밀어붙이다 그르친 일들을 회상이라도 하는 듯
투명 플라스틱 날개 위엔 지난 무더위보다
더 칙칙한 때가 검버섯 마냥 낀 채
자리보전한 상노인 꼴로 주저앉았다

몇 장의 날개를 돌렸던 전력만큼
딱 그만큼만 허락됐던 젊음,
그 유치하고 땀내 나던 열정의 시대는 갔다
처서 지나 백로, 설핏
마음그늘이 기울고 선풍기를 치울 때쯤이면
모든 한시적限時的인 것이 주는 황홀과 치욕
그것들이 남긴 흔적을
애써 외면해 왔던 나를 들켜버린다
더께 앉은 날개를 분리해 닦아내면서
컴컴한 창고 한구석에 치워 버린,
한때 장밋빛 바람으로 내 영혼까지 뒤흔들어 놓았던

눅눅해진 그 푸른 날개도
어쩔 수 없이 꺼내어 거풍시키다가 문득
딸을 시집보낼 때 치운다고 말하는
내 고장의 어법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치운다, 는 대수롭잖게 여기던 한마디 말에서
애착의 순을 스스로 잘라내고
아쉬움마저도 잘 닦아 갈무리해 두는 모진 마음,
절제된 사랑의 향내가 흰 이슬방울로 묻어난다

떨었는 거
김순옥 - 상주 청리국교 2년            

잘 때 추워서
떨어서
거지 생각 하였다.

196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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