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서상書床
최하림            

시인 김혜겸이 서상書床을 하나 선물로 가지고 왔다 헐어
낸 고가에서 나온 구멍 숭숭 뚫린 널빤지를 정성스레 다듬
고 네 귀에 나무못을 박고 가운데 서랍을 단 것이었다 도예
가 이동욱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마루의 서쪽 벽면이 어울
릴 것 같아 그 아래 모시천을 깔고 작은 사발을 가만히 올
려 놓았다 흰 기운 같은 것이 흐르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어디로 갔는지 사발이 보이지 않았다 다
시 검붉은 기가 도는 갈색 꽃병을 올려놓았다 그것 역시 보
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집을 올려놓았다 시집도 행방을 감
추고 보이지 않았다 書床은 저 홀로 벽 아래서 제 시간에
흘러가는 어둠을 보고 싶은 듯했다 그리고 여러 날들이 지
나갔다 우수도 지나고 청명도 지나갔다 한식이 내일이라는
날 나는 시를 쓰려고 이층 서재에서 밤내 파지를 수십 장
버리다가 작파하고 층계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갔다 나는
마루로 내려갔다 놀랍게도 마루에는 물과 같은 시간이 가득
넘실거리면서 흘러가고 있었다 書床은 시간 위에 둥둥 떠
흘러가고 있었다


개미
금필녀 - 안동 대성국교 4년            

개미는 조그마한 돌멩이를 넘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마치 사람이
고개를 넘는 것처럼 힘들여 걷네.
지금 개미는 내 다리에
오르고 있다.
오르다가 또
내려가고 있다.
개미도 사람이 이상하니까
내려가는 것 같다.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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